원주시가 원주 혁신 및 기업도시 편입지역 주민지원 조례(이하 주민지원조례)에 대해 대법원에 조례안 재의결 무효확인 청구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결과에 따라 전국적인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원주시가 소송을 제기한 가장 큰 이유는 두가지. 하나는 혁신·기업도시 주민들에게만 지원대책을 수립·시행토록 규정한 것은 다른 공익사업 편입지역 주민들을 차별대우하는 것으로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이 보다 더 핵심적인 내용은 자치단체장의 의견을 반영하지 아니하고 예산의 지원액이나 기금의 출연 규모를 정한 것은 자치단체장의 전속적인 권한인 예산편성·집행권을 사전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것으로 지방자치법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우선 대법원은 의회가 지방자치단체장의 의견을 듣지 않고 새로운 재정 부담을 수반하는 조례를 제정했거나 재의결 했다고 해서 조례가 곧바로 무효라고 할 수 없다는 판결(2002추16)을 내린바 있다.

따라서 논란의 쟁점은 '5년 동안 매년 2억원씩 모두 10억원의 기금을 지원한다'는 조례의 조항이 자치단체장의 예산 편성·집행권을 침해했느냐의 여부이다.

지방자치법 제142조에서는 "기금의 설치·운용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조례로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기금의 설치·운용은 조례로 정하라는 것인데 문제는 '설치'의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가이다.

원주시 관계자는 "기금의 출연 규모까지 조례에서 규정했기 때문에 예산 편성·집행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출연 기금의 규모는 자치단체장이 정할 수 있도록 규칙에 위임했다면 예산 편성·집행권 침해 논란은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즉, 주민지원 조례를 통해 주민지원 기금을 설치할 수는 있어도 '5년 동안 매년 2억원씩 모두 10억원의 기금을 각각 지원한다'라고 기금의 규모까지 정한 것은 지방자치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둘러싼 반대 논리도 만만치 않은 상황. 집행부 발의로 2003년 제정된 원주시 농업 안정 발전기금 설치 및 운용조례 제4조 2항에는 '기금 조성을 위하여 2003년부터 2012년까지 10년간 원주시 일반회계에서 100억원을 출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례에서 기금의 규모를 정한 것이다. 따라서 이 조례는 기금의 규모까지 조례에서 규정하는 것은 지방자치법 위반이라는 원주시의 논리와는 배치된다. 원주시 논리가 맞다면 집행부는 조례로 기금의 규모를 정할 수 있는 반면, 의원발의 조례로는 기금의 규모를 정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의원발의를 통해 기금의 규모를 정한 다른 조례와의 충돌도 예상된다.

2006년 11월 제정된 '원주시 문화예술진흥기금 설치 및 운용조례'는 김주완 의원의 발의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 조례 제4조 제2항에는 '기금 조성액은 50억원으로 하고, 시 출연금에 의한 재원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간 시 일반회계에서 출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금의 규모를 조례에서 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주민지원조례를 발의한 김동희 의원은 "혁신기업도시 주민지원 조례가 자치단체장의 예산 편성·집행권을 침해한 것이라면 문화예술진흥기금 설치 관련 조례 또한 예산 편성·집행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주민지원조례에 대한 대법원 제소는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현재 각 지방자치단체 기금 관련 조례 중 의원발의로 제정된 조례의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대법원이 원주시의 주장에 손을 들어주면 기금의 규모를 정한 전국 자치단체 의원발의 조례는 무효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

대법원에서 어떤 결론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