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한 고객이 찾아오셨습니다. "제가 배가 많이 아픈데, 쑥으로 된 좋은 특효약을 한달간 먹으면 다 낫는다고 해 할부로 30만원짜리 약을 샀습니다. 3만원씩 10달만 할부금을 내면 다 갚을 수 있어 3만원씩 할부금을 내고 다섯달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배가 더 아파와 약을 끊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달부터 할부금을 내지 않았는데,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어느날 신용정보회사로부터 거의 매일 안 갚은 돈 15만원을 내라는 독촉이 오니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하는 사연을 토로하셨습니다.
　위 상황에서 돈 15만원을 안 갚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찾아보았으나, 이미 약 병을 뜯고 5개월의 약을 드셨으니, 약을 반환하고 약값을 안 준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그때 문득 '소멸시효'라는 조문이 생각이 났습니다. 법적으로 변호료, 약값, 물건대금, 병원치료비는 받을 수 있는 날로부터   3년이 지나면 소멸시효에 걸려 상대편이 이의를 제기하면 받을 수 없습니다.
　술값, 음식대금, 하숙비는 소멸시효가 1년입니다.
　주어야 하는 돈을 안 주고 버틸 때 법에서 돈을 떼어먹어도 된다는 법이 있다면 이는 법과 양심이 모순된 때에 해당합니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법 격언이 생각납니다.
박우순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