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화재 무엇을 남겼나?

 　숭례문 화재를 계기로 지역 내 목조문화재에 대한 위기관리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숭례문 화재는 목조문화재에 대한 위기관리시스템 부재를 만천하에 드러냈다. 화재 발생 후 3시간 동안 논의만을 거듭하다 벌어진 참담한 결과에 국민들은 허탈했다. 상황의 중대성과 위급함을 놓고 볼 때, 지붕철거작업을 해서라도 불길을 잡았어야 한다는 게 대다수 국민들의 감정이다.
　그렇다면 같은 상황에서 원주는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강원도 유형문화재 3호로 등록된 강원감영 선화당 내부에 화재가 발생했다고 가정해보자. 강원감영 관리를 맡고있는 원주시도 비슷한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다.
　목조문화재는 훼손을 우려해 일반 건물과 같은 적극적인 진화가 어렵다. 하지만 이 같은 위급상황시에 대비한 지침이나 메뉴얼 등 대처시스템은 전혀 갖춰져 있지 않다. 낙산사 화재 이후 메뉴얼을 만들기로 했지만 1년이 넘은 지금도 감감무소식이다. 원칙대로라면 눈 앞에서 선화당 내부에 불길이 번져도 감독관청인 강원도에 보고하고 지시를 받아야 한다. 
　원주시 관계자는 "만일 그 같은 위급상황이 발생하면 문화재에 손상이 가더라도 화재진압이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 관계자처럼 누구나 같은 판단과 결단력을 발휘해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화재를 진화하기 위한 행동이 문화재 손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담당자가 소신을 갖고 행동하기란 쉽지 않다. 혹여 과잉대응으로 결론날 경우 책임을 면키 어렵다는 입장에서도 문화재 관리자들의 순발력에만 기대기는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때문에 화재를 포함한 재난상황에 대비한 지침이나 메뉴얼 등 위기관리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문화계 인사는 "유사시에 대비한 방화 관리자의 지정이나 자체 소방력, 소방도로 확보 등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위기관리가 필요하다"며 "하지만 그 무엇보다 관리자들이 부담을 덜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지침이나 다양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체계적인 메뉴얼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윤병진 원주문화원 사무국장도 "단계별로 안전조치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과 사후에도 철저한 원인규명을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대해 신동진 도 문화재관리담당은 "급박한 위기상황에서는 절차를 밟지 않더라도 화재 진압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 개인적인 소신"이라고 전제하고 "이달말까지 유관기관과 협조해 화재예방을 위한 전반적인 실태점검으로 문제점과 개선과제를 도출, 최선의 문화재 관리방안 및 대책을 수립하는 한편 위기상황에 대비한 지침이나 메뉴얼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원주목조문화재는? 사찰 7곳중 4곳만 보험가입

　현재 원주에 산재한 목조 문화재는 강원도 유형문화재인 강원감영 포정루와 선화당, 구룡사 보광루, 문막읍 건등1리 김두한 전통가옥을 비롯해 등록문화재인 원동성당, 대안리 천주교 공소, 제일은행, 반곡역사가 있다. 또, 상원사 대웅전과 원주향교가 도 문화재자료로 등록돼 있으며 전통사찰도 국형사, 상원사 등 7곳에 이른다. 문화재는 아니지만 향토유적으로 경천묘, 창의사가 있다.
　원주시에 따르면 이중 선화당과 포정루가 있는 강원감영은 원주시가 직접 관리하지만 나머지 목조문화재와 전통사찰은 성격에 따라 국·도·시비를 일부 지원받아 각각 사찰과 개인 등이 관리를 맡고 있다.
　소화전 3개와 소화기 16개가 설치된 강원감영은 관리인력이 24시간 상주하는 등 비교적 재난상황에 대한 방비가 잘돼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행각에서 창호지를 라이터불로 태운 흔적이 발견되면서 행각과 선화당에 CCTV 2대를 설치하고 창호지도 방염처리된 내연성 소재로 교체하는 등 관리를 강화했다. 2003년 9월 화재로 대웅전이 전소된 구룡사도 이후 소화전과 소방차를 갖추고 화재에 대비하고 있다.
　하지만 시가 직접 관리하지 않는 여타 시설은 소화기 비치가 전부일 정도로 화재에 취약하다. 특히 원주시 조사에 따르면 전통사찰 7곳 중 상원사, 영천사, 구룡사, 영원사 등 4곳만이 각각 1억원부터 3억원까지 보장이 가능한 화재보험에 가입돼 있다. 대부분 사찰들이 산중에 위치해 화재시 소방차 진입은 물론 진화요원의 신속한 투입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늘 위험을 안고 있는 형국이다. 
　원주시 관계자는 "대부분 재정부담으로 가입을 기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보험사들도 전통사찰의 경우 목조건물 및 문화재가치 산정이 어려워 보험가입에 소극적인 입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