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나갤러리 내부.

 1년반 남짓 30여회 다양한 전시회 개최
 "작가와 대중이 호흡할 수 있는 공간 마련"

　원주 문화예술계를 논할 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단어 중 하나가 '부족'이다. 문화 인프라, 예술가, 전업작가, 창작공간, 관의 지원, 시민의식, 문화예술인들의 마인드…. 만나는 사람들마다 이구동성이다. 부족하단다. 부족하니 채우긴 채워야 할텐데, 채워달라는 사람은 많아도 스스로 나서 채우려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 하늘만 바라볼 뿐 좀처럼 움직이질 않는다.
　그런면에서 보나갤러리 전보나(41) 관장은 조금은 달라 보인다. 전 관장은 스스로 아쉽고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을 채우기 위해 남들이 다 마다하는 일에 과감히 뛰어들었다. 
　2006년 문을 연 '보나갤러리'는 전 관장이 자신의 이름을 붙여 명명한 미술전문 전시관이다. 비록 106㎡에 불과한 작은 규모지만 조명 하나, 소품 하나에도 예술가다운 안목이 담겨있다.
　사실 전 관장은 주목받는 한국화가다. 실경산수가 중심인 전통 한국화와는 달리 현대적인 느낌을 가미한 그녀의 작품은 젊은 감각을 살려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는 평을 얻고 있다.
　99년 뒤늦게 붓을 잡기 시작했지만 2005년 서울 인사동과 필리핀 마닐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두번의 개인전을 연 것을 비롯해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하는 등 활발한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한민국 여성미술대전 특선, 강원미술대전 한국화 부문 우수상과 특선, 강원서예대전에서 사군자부문 특선을 수상했다.
　최근 그녀는 한국화가이기보다 전시기획자라는 수식어가 더 어울린다. 전 관장은 창작활동을 하면서 원주에 전시공간이 부족하다는 것을 실감 했다고 했다. 특히 마땅히 개인전을 열만한 공간이 없다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껴 직접 갤러리를 오픈하게 됐다고 밝혔다.
　2006년 갤러리 오픈을 앞 둔 전 관장을 처음 만났을 때도 그녀는 원주미술을 대내외에 알릴 수 있는 소통창구이자 예술가가 대중과 가까이 호흡할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하고 싶다는 결심을 내비쳤다. 욕심을 버렸기 때문에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가능했다. 경제적 이윤을 얻기보다는 지역 예술가들이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보자는 목표를 세운 후 마음이 가벼워 졌단다. 스스로에게 책임감을 부여하기위해 개관 기념 전시회도 자신의 세번째 개인전으로 준비했었다.
　그렇게 초심을 잃지않고 운영된 보나갤러리에서는 1년 반 남짓한 기간에 벌써 30여회의 다양한 전시회가 열렸다. 작가와 시민이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원주에 숨통을 틔워 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권대영 강원미협 회장을 비롯해 김충식·김기복 화백 등 지명도 있는 작가의 개인전은 물론, 판화가 이면준 씨 같이 실력은 있지만 여건이 안돼 초야에 묻혀있는 작가를 발굴, 초청기획전 형식으로 지원했다. 중국사천성 스케치전, 아시아전 등 이전 원주에 소개되지 않은 전시회를 적극 유치하는 일에도 힘을 기울였다. 열정과 꿈이 담긴 지역 동호회와 어린이 작품전을 소개하는 일에도 인색하지 않았다. 지난해 강원아트페어 '강원의 지평과 확산전'이 이곳에서 열릴 수 있었던 것도 이렇듯 '작가와 대중이 가깝게 호흡할 수 있는 공간'을 추구하는 보나갤러리의 철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전 관장은 전시된 그림을 감상하는 장소로만 알려진 미술관에 새로운 역할을 부여한 인물이기도 하다. 유치원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국화 체험 프로그램 '쉽고 재미있는 한국화 그리기'를 운영, 단순한 작품 전시에 그치지 않고 전시장에서 받은 느낌을 감상자가 직접 화폭에 옮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대중과 더 가깝게 호흡할 수 있다면 갤러리 밖으로 나서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 지난해 4월 시립도서관 로비에서 진행된 '보나갤러리에서 초빙한 한국화 작가와의 만남'과 7월 강원감영 앞에서 열린 '화합과 소통전' 오프닝 행사는 시민들에게 신선한 감동을 줬다.
　여름에 진행된 '시민들과 함께하는 미술놀이터'도 참신한 기획이었다. 갤러리 앞 도로변 가드레일을 따라 높이 1m, 폭 24m 크기의 대형 화판이 설치됐고 시민들이 마음껏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됐다. 모두 미술은 어렵거나 지루하지 않고 쉽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노력의 결과다.
　시민에게 직접 다가가는 미술관, 미술활동과 체험활동을 다각적으로 지원하는 미술관이 목표라는 전 관장은 "미술전시회는 예술가들의 잔치로만 끝나선 안된다"며 "앞으로 미술대중화를 위해 일익을 담당하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