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 12월 의원입법을 통해 제정된 원주시 보행권 확보와 보행환경 개선에 관한 조례. 이 조례는 보행자가 편안하고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하고 특히, 어린이와 노인, 장애인, 임산부 등 보행약자가 보행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원주시가 기본계획을 수립해 보행환경 개선을 추진하도록 규정해 놓고 있다. 의원 입법을 통해 제정된 조례이긴 하지만 많은 시민의 염원을 실현할 수 있는 조례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조례가 제정된 지 2년이 넘었지만 이를 근거로 진행된 사업은 없는 실정이다. 조례에 근거하지 않고 별도의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는 중앙로 차 없는 거리 조성사업이 유일하다.
이렇듯 시민들의 생각이 많이 반영된 조례가 의원입법이나 주민발의로 추진됐으나 부결되거나 제정됐어도 낮잠을 자는 상황이어서 주민참여 지방자치를 퇴색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나 주민발의로 추진된 조례는 대부분 부결돼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지금까지 주민발의로 제정이 추진됐던 조례를 공동주택지원조례와 보육조례, 학교급식조례이다. 이중 학교급식조례만 제정돼 있고 공동주택지원조례와 보육조례는 많은 시민의 참여에도 결국 부결되고 말았다. 표면상으로는 예산문제와 상위법과의 충돌 문제 등이 부결의 주된 이유였으나 실제로는 압력단체의 영향력 행사나 의회 의원 또는 시 집행부의 반대가 부결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 학교급식조례도 제정되긴 했으나 쌀 공급에서 규정대로 운영되지 않을 뿐 아니라 애초 주민발의로 추진됐던 내용의 범위는 상당히 축소됐다.
교육계의 염원을 담아 제정된 교육경비 조례도 제정되긴 했으나 교육 현실에 맞지 않는 자부담 비율 규정 때문에 일선학교에서 조례를 활용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이번 5대 의회 때 의원발의로 추진된 주민참여예산조례도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부결됐는데 주민참여예산제에 대한 정확한 이해나 효용성에 대한 토론 없이 부결돼 아쉬움을 더하고 있다. 원주시 주민투표 조례도 지난 2004년 제정됐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곳도 많으나 이 역시 낮잠 상태다. 주민자치센터와 주민자치위원회를 규정한 조례도 점점 더 퇴색돼 가고 있다.
보육조례와 학교급식지원조례를 추진했던 원주협동조합운동협의회 관계자는 "시장을 당선시켜야만 당시 조례제정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제도를 만들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주민참여 의지가 좌절된 게 사실"이라며 "단순히 선거 때 한 표 찍는 참정권을 넘어 실질적 참여가 보장되는 참된 의미의 참정권이 정착돼야 하고 지방자치단체나 의회는 이를 실현하고자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선기 기자  skkim@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