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업면 대안1리에서 문막으로 가는 옛길이 있다. 대안령(大安嶺)으로 예전에는 오솔길이었으나 지금은 차가 다닐 수 있게 확장해 놓았다. 고개 정상에서 올라 우측 오솔길을 따라가다 보면 옛 성황당 터에 대리석으로 만든 작은 비석이 하나 눈에 들어온다.
비석의 이름은 연모시비(戀母詩碑). 릫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시를 새긴 비석릮이라는 뜻이다. 내용은 이렇다.
'뜬 구름은 떠도는 아이의 슬픔을 머금어 비가 되고(浮雲遊子悲)', '성황나무는 비는 어머니의 모습을 닮아 구부러졌네(堂木禱娘哀)', '떠돌던 자식은 돌아왔건만, 어머니는 돌아가셨으니(子返娘猶遠)', '멍하니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한없이 눈물만 진다(창望哭夕暉)'. 
문막 건등리에서 태어나 동양 철학계 석학으로 자리 잡은 김충렬(77) 전 고려대 교수가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지난 2004년 8월에 시를 써 세운 비이다. 70*40cm의 작은 시비지만 어머니를 그리는 마음이 절절히 담겨 있다.
비 뒷면에는 "1935년 1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6월 나는 또 어머니 품을 떠나 이 고개를 넘어 울업으로 공부를 떠났다. 어머니는 나를 여기까지 업어다 놓으시고 헤어지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는 나를 되돌아 보고 보고 하시며 되돌아가셨다. 70년 만에 찾아온 대안령은 찻길이 나 오솔길 성황당 나무 돌무더기 모두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앙상하게 남은 산마루만이 그때 그 슬픈 정경을 눈물 속에 떠오르게 한다"라고 적혀있다.
김충렬 박사는 "6.25가 발발하기 전 스무 살까지 건등리에 살았는데 어렸을 적에 어머니가 나를 흥업으로 공부를 보내기 위해 대안령 정상까지 매일 업어다 주셨다"며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대안령에 몇 번 와 본 후 비석을 세우게 됐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대안령 말고도 어머니의 친정인 반계리와 본인의 서재가 있던 취병리에도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시비를 세웠다고 한다. 어머니를 생각하는 마음이 얼마나 큰지 엿볼 수 있다.
대안1리에 사는 김동진(87) 옹은 시비를 보고 수필을 섰다. 김 옹은 수필을 통해 "시비를 보자 마음 한쪽이 아려오는 슬픈 감동을 받았다"며 김 옹도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말했다.
김선기 기자  skkim@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