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 토지 속 지명순례를 다녀와서

지난 6월 27일부터 7월 1일까지 원주문인협회 회원 8명은 강원문협 회원들과 함께 박경리 선생이 쓰신 불후의 명작 대하소설 토지의 배경 중의 한 곳인 중국 길림성 연변을 다녀왔다.

이 사업은 강원도가 후원하고 강원문인협회가 주최한 '작품 속 문화탐방'이라는 이름 아래 올해 처음 실시한 사업인데 4월에는 강원여성문인들 주관으로 1부와 3부의 배경이었던 경남 하동 평사리 지방을 순례하여 토지 작품에 대한 이해와 관심도를 높일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스러져 가는 민족정신과 작품의 밑바닥에 깔려 있는 생명 사랑의 정신을 재 충전할 수가 있었다.

이 사업은 작년 광복절을 기하여 광복 60주년 기념 항일저항민족작품 재조명이라는 명제 아래 원주문인협회가 주관이 되어 실시했던 문학행사의 후속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탐방길에 오르기 며칠 전에 나는 박경리 선생을 찾아 뵈었는데 박 선생님께서는 바쁘신 가운데서도 시간을 내어 주시며 부디 잘 다녀오라고 격려를 해 주셨다. 5부 16권 이런 대하소설이 이 세상에 어디 또 있겠는가. 장장 25년 간을 오직 이 한 편을 위해 바쳐오신 노 작가님의 피와 땀과 눈물을 생각해서라도 이 탐방길은 참으로 의미있는 길이요, 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기도 하였다.

강원도 전역에서 모인 우리 일행 50여명은 7월 27일 12시에 인천 신공항에서 CZ 686 비행기로 중국 대련을 향해 날아 가서 다시 길림성의 성도인 연길을 향해 날아갔다. 연길에 내리니 오후4시 30분이었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호텔에 들어서니 6시가 되었다.

이 연길은 2천년이 넘는 오랜 역사를 지닌 곳이지만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00여년 전부터라고 한다. 연변조선족자치주의 주도(州都)이며 중국 조선족 문화의 중심지로 백두산과 가까워 매년 많은 한국 여행객들이 방문하는 곳이라고 한다.

연변에서는 사람들의 옷차림, 집, 길거리를 둘러봐도 전혀 낯설지가 않다. 우리나라에 있는 느낌을 받는다. 이는 소수민족이 사는 자치주 스스로 그 민족 나름대로의 지역을 가꾸어 나가도록 하는 중국 정부의 소수민족 우대정책에 따라 거리의 간판도 위에는 한글로 쓰고 아래로는 중국어로 쓴다. 또 여기서는 한글이 공용어로 되어있다.

인구는 약 26만에 달하며 40%정도가 조선족이며 한국어방송국과 조선족의 신문사가 있고 대학이 있다.

6시 30분 정도 되었을 때 강원펜클럽과 교류가 있는 연변대학의 이준일 교수와 용정시조선족문화발전추진회의 문인들이 찾아왔다. 그들은 우리 일행을 반가이 맞아 주면서 연변인민출판사에서 발행한 일송정 제8집을 기증하였다.

나는 호텔에서 나와 그들과 함께 저녁을 먹으면서 우리가 온 목적을 이야기 하였다. 식사 후 거리를 걸으며 타임머신을 타고 가듯 토지 속의 광경을 상상해 보았다. 연길에서 버스를 타고 약 40여분 가면 토지 속 배경의 중심인 용정이 나온다. 내일은 우리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을 가 보고 모레는 용정을 가 본다. 나는 가슴이 설레기 시작했다. 호텔에 돌아와서도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처음 수학여행을 떠나는 초등학생처럼 몇 번인가 잠이 깨기도 했다.

연길에서 용정으로 가는 길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차창으로 보이는 광활한 벌판과 푸르른 숲, 그리고 숲과 숲 사이로 흐르는 크고 작은 강줄기는 생명의 젖줄이 되어 강산을 누비고 있었다.
드디어 용정에 왔다.

벌판의 여기 저기에 시가지가 아기자기하게 모여 있었다. 토지의 작품 속에서는 연길과 용정이 같은 규모의 도시였지만 지금은 많은 차이가 있다. 연길은 연변조선족자치주의 주도(州都)이기 때문에 많이 발전했지만 용정은 그렇지 못하다. 토지 이야기의 중심지였던 바로 그 용정이 지금 저렇게 그리운 얼굴로 누워 있는 것이다. 나는 거리의 여기 저기를 바라보면서 상상의 날개를 한껏 펼쳐 본다.

용정에 대화재가 났을 때 불길은 어느 방향으로 번져 갔을까? 그 때 주인공 서희가 피신해 있던 절간은 어디 쯤 있었을까? 길상이가 목재장사를 하기위해 회령으로 가던 길은 아마 저 소나무가 우거진 작은 숲길이 아니었을까? 길상과 공노인의 도움을 받아 두류(豆類)장사와 토지 거래, 요즘말로 부동산 투기를 하여 부를 축적하던 서희의 다부진 모습이 자꾸 눈에 어린다. 어찌 보면 좀 야속할 만치 재산을 모으던 서희가 야박하게도 생각이 되지만 그렇게 해야만 했던 서희의 심정을 애써 이해해 본다.

천리 타향에 쫓겨와서도 조국을 찾겠다고 의병에 가입한 환, 윤봉, 윤도집, 지삼만, 송관수 등의 충정 어린 마음이 울컥 눈물을 삼키게 한다. 서희와 헤어져 기생이 된 봉순이가 금방이라도 나올 것만 같은 주점과 용이와 월선이가 하던 국밥집이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것 같아 쇠머리 국밥이라도 한 그릇 주문하고 싶어진다.


갑자기 차가 서길래 정신을 차려보니 용정중학교에 도착하였다. 용정중학교는 문익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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