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는 굉장히 빨리 발전하고 있는 것 같던데?”
외지에 사는 사람들은 가끔 나에게 이러한 질문을 던지며 확인작업을 하곤 한다. 이럴 때마다 난 당혹감을 느낀다. 이유는 원주에 살고 있는 나는 원주가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은 많다. 기업도시와 혁신도시 유치가 그렇고 50만 인구의 광역도시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외지에 사는 사람들이 “원주는 발전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 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발전이라는 말을 들으면서 늘 석연치 않은 구석이 느껴진다. 왜냐하면 “도시가 발전하면 나는 행복해 질 수 있을까”,

“발전이 곧 행복이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답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발전이 곧 행복이라면 기업도시와 혁신도시 유치가 나에게 행복을 가져다 줘야 하고 50만 인구의 원주는 무한행복의 극치가 돼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행복은 왠지 오지 않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기업도시와 혁신도시 유치로 최근 몇 년 사이 원주의 땅값은 무척이나 많이 올랐다. 땅값뿐 아니라 아파트 값도 천정부지로 뛰었다. 면 지역 울창한 산림은 이미 다 외지인의 소유가 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것을 접하면 참으로 우울해진다. 나도 알뜰히 모아 내 집을 마련하고 싶은데 아파트 값이 자꾸 오르니 참 답답하기만 하다. 현재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도 그 아파트를 팔면 더 작은 평수의 아파트로 이사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발전한다고 하지만 살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으니 말이다. 기업도시와 혁신도시는 현재 원주발전의 대명사로 통하고 있다.

이를 유치해야 한다고 너나 할 것없이 목소리를 높였고 나 또한 그랬다. 그러나 이제 와 보니 기업도시와 혁신도시 유치로 부동산 가격은 오르고 이로 인해 내 삶의 짐은 점점 더 무거워지고 있다.  

원일로에 나가 보면 교통체증과 보행불편으로 인해 숨이 막힐 정도이다. 인구가 50만이 돼도 교통여건을 크게 개선하지 않는 이상 이와 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돈이 많으면 모르겠지만 몇 원이라도 더 싼 주유소를 찾아다니는 나로서는 길거리에서 아깝게 휘발유를 버리고 싶지 않다.

물론 발전을 하면 혜택을 보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수혜자들은 나 같은 평범한 사람들에 비하면 극소수일 것이다. 발전으로 인해 혜택을 보는 사람들은 극히 일부이고 집 걱정, 돈 걱정해야 하는 평범한 서민들은 발전으로 인해 더 힘들어 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발전은 행복이 아니다. 서민들에게 발전은 곧 불행인 것이다.

발전의 혜택은 모두가 함께 누려야 한다. 함께 누리지 못한다면 발전으로 인해 서민들이 피해를 입는 일은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혜택을 공유하는 원주발전, 그래서 발전을 모두 환영하는 원주가 됐으면 한다.  
김권선(일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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