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하늘과 하얀 뭉게구름, 마음까지 싱그럽게 만드는 논의 초록 벼, 덜컹거리는 정겨운 경운기 소리, 땀 흘려 일한 뒤에 맛보는 시원한 막걸리, 밥상 그릇마다 듬뿍 담긴 풍성한 먹거리,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져오는 우리 농촌의 풍경이다.

대학생들은 방학을 맞이하여 이러한 농촌으로 여름농활을 간다. 입시위주의 교육, 개인적인 삶에 익숙한 우리들이 농촌의 삶을 경험하면서 함께하는 것의 즐거움을 깨닫는 소중한 체험의 기회가 된다.

나도 작년에 가까운 횡성으로 농활을 다녀왔다. 학교 친구들과 열흘간 마을회관에 머무르면서 마을 분들과 동고동락 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간단하게 아침을 해먹는데, 농활지에서 먹는 밥은 특별한 반찬이 없어도 우리 쌀과 우리 농산물로 가득하기에 참 맛있다.

고무신과 몸뻬 바지, 밀짚모자 등 나름대로 준비한 근로 농촌 옷차림을 한 뒤 근로지로 간다. 가지 밭에서 잡초를 뽑기도 하고 호박을 따기도 하고, 담뱃잎을 따는 일을 하였는데 처음에는 손에 익지 않더니, 시간이 지나면서 속도가 붙는다. 어려움을 모르고 자란 우리들에게 굵은 땀방울 속에서 배우는 노동의 가치는 값진 경험이 된다.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중간에 먹는 꿀맛 같은 새참은 농활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이다. 뜨거운 땡볕 아래서 땀을 뻘뻘 흘린 후에 마시는 시원한 막걸리와 얼음 동동 띄운 수박화채를 먹는 즐거움은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 모를 것이다.

다시 힘을 내서 농사일을 하다보면 금세 점심시간이 되는데, 할머니가 차려주시는 맛있는 시골밥으로 배를 두둑하게 채우고 나면 구수한 노래가 절로 나온다. 농활에 가면 고생만 잔뜩 할 것 같은데, 오히려 살이 쪄서 돌아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내 손자 손녀같이 우리들을 예뻐해 주시는 할머니의 두둑한 인심이 풍성한 먹거리와 함께 전해진다.

오전, 오후 근로가 끝나고 숙소에 돌아오면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된다. 그 중 분반활동은 학생들이 미리 준비해간 것을 마을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이다. 여성농민반에서는 농사일로 지친 어머니께 팩이나 마사지를 해드린다. 노인반에서는 마을에 계신 어르신들께 손자 손녀 같이 어리광부리며 말동무가 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아동반에서는 아이들과 함께 마을지도를  그리거나, 노래를 부르고 놀면서 친해지는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청·장년반에서는 농민 분들과 막걸리를 마시며 어려운 농촌 현실에 대해 농민분들의 생각을 직접 듣게 된다. 그리고 의대생들로 구성된 예진반에서는 마을 분들의 기본적인 건강체크와 건강교육까지 하고 있다. 이런 다양한 활동을 통해 마을 분들과 농활대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가까워진다.

또 저녁시간을 활용하여 대학생들이 평소에 생각해보지 못한 사회 문제에 대해 토론해보는 시간을 갖는데, 대부분 농촌의 현실과 우리가 왜 농활을 왔는지 알아가는 것으로 채워진다.

주권이자 인권으로서의 큰 의미를 가지는 식량을 지키는 우리 농업이 매우 어려운 현실을 농민 분들의 말을 들으며 알게 된다. 20년간 우리나라의 물가가 700% 오르는 동안 쌀값은 12만원에서 16만원으로 30% 올랐다고 한다. 힘들게 1년 농사를 지어도 결국 남는 건 부채뿐인 현실에서 우리 땅과 우리 농업을 지키기 위해 애쓰시는 분들을 보면서 농활  온 의미를 깨닫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농촌봉사활동으로 생각하는 ‘농활’의 본 뜻은 ‘농촌학생연대활동’으로 대학생과 농민이 연대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한미 FTA 체결까지 가세하여 더욱 어려워진 우리 농촌에서 학생들도 교육개방 문제에 직면해 있는 만큼, 농민과 학생이 함께 신자유주의에 대해 생각해 보는 자리로서 농활이 최근에 더 큰 의미를 갖게 된 것 같다.

우리 대학생들은 올해도 다음주부터 전국 곳곳의 농촌으로 농활을 들어가서 활동할 예정이다. 함께 일하고 함께 공부하고 함께 고민하고 함께 나누면서 참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것이며, 그 안에서 함께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즐거움을 경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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