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선거가 언제 있었냐는 듯이, 2006 독일월드컵의 뜨거운 열기가 원주시내를 가득 채우고 있다. 전 국민이 열광하며 웃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던 2002년 한·일월드컵이 엊그제 같은데 4년의 시간이 흘러 또 다시 모두의 관심이 월드컵에 쏠리고 있다.

많은 기대 속에 첫 경기인 토고전에서 ‘대한민국’은 역전승을 했고 전국 곳곳에서는 2002년과 마찬가지로 붉은 물결과 기쁨의 함성이 메아리쳤다. 나 또한 열렬히 응원했고 우리나라가 골을 허용했을 때는 안타까운 탄성이, 골을 넣었을 때는 흥분과 기쁨의 환호가 절로 나왔다.

며칠전 시내를 지나가다가 몇몇 의류점에서 다양한 종류의 월드컵 의상을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가 경기를 할 때에는 붉은 옷을 입고 응원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에 ‘응원 복’을 하나 장만했다. 그리고 토고와의 경기가 있던 날 출근길에 옷을 챙겼고 퇴근하기 2시간 전에 갈아 입었다.

그리고 자활근로사업단으로 발걸음을 향했고 속으로 ‘근로사업 참가자들과 함께 응원의 박수(짝짝~짝짝짝)를 쳐야지! 그러면 다같이 대~한민국을 외치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업장에 도착하자마자 박수를 쳤는데 다가오는 반응들은 요즘 하는 이야기로 ‘뻘쭘’했다. 근로사업 참가자들과 웃으면서 월드컵이야기를 하려고 큰 마음먹고 준비한 행동이었는데 그 행동이 차라리 더 어색했다. 애써 웃음 지으며 아저씨, 아주머니들에게 “오늘 응원 어디서 하세요?” 물어보았는데 몇 명을 빼고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전 국민의 관심이 월드컵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아저씨, 아주머니들에게 뜻밖의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왜 그럴까?
2003년 원주자활후견기관 자체적으로 자활근로사업 참가자 욕구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 조사의 목적은 지역 내 저소득 주민들에게 자립과 자활의 기회를 제공하여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꾀하고 있는 기관사업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생활실태와 욕구를 파악함으로써 자활사업 방향을 모색하고 자활공동체 전환에 대한 욕구를 파악하는데 있었다.

이 욕구조사의 결과 중에 월 평균지출에 대한 생활비 비중의 항목이 있었는데 자녀 교육비 39%, 음식비와 주거비가 각 15%, 공과금 11%, 의료비 7%, 피복비 2% 순으로 나왔다. 이 자료를 통해 볼 때 기관에서 일하는 참가자들의 대부분 소득은 교육비, 음식비, 주거비, 공과금, 의료비로 지출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즉 자녀 교육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생활하는데 필요한 최저 생계에만 지출한다는 사실이다.

사회복지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나는 사회복지의 궁극적 목적을 모든 사람이 인간다운 삶, 즉 인간의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삶이라고 이야기하겠다. 특히 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참가자분들을 비롯하여 원주시내 저소득·빈곤층들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데에 사회복지를 행하는 목적이 있고 그것은 참가자들이 '행복하다'라고 느낄 때에야 비로소 완전한 목적(자립·자활)을 이루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소득이 기초 생계를 위한 지출에 사용되고 있는 그들의 현실에서 과연 참여자들은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지금이 '행복하다'고 느낄 지는 의문이다.

2006년 독일 월드컵, 그것은 어쩌면 '나'와는 상관없는 그들만의 잔치일지도 모른다. 오늘을 살아가는 그들에게는 행복과 문화, 문화의 향유는 ‘나’의 이야기가 아니라 삶에 대한 경제적 여유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로 치부해 버려도 좋은 그런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빈곤층들에게는 경제적인 문제와 더불어 문화적인 소외가 중요한 문제이다. 경제적인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해서 문화적인 소외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살아왔던 어려운 환경들이 하나씩 해결되고 잃었던 마음의 여유를 되찾았을 때에 그들도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이가 웃으며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 그 때 참가자들과 함께 길거리에 나가 붉은 옷을 입고 ‘대한민국’을 함께 외칠 그 날을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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