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들이 웃을 수 있었으면

빈곤층 어려움 몸소 느껴보고
실질적 도움되는 정책 나와야

요즘 시내를 나가보면 지자체 선거로 분주하다. 벽에는 20장이 넘는 선거후보자 벽보가 붙어 있고 명함을 주면서 인사하는 후보자들을 거리에서 많이 만난다. 매 선거마다 되풀이 되는 모습들 속에서 이번 선거는 나에게는 커다란 의미로 다가온다.

세상을 살다보면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들이 많다. 특히 나라가 부유할수록 양극화 문제는 점점 심각해지고 빈곤층들은 점점 더 많이 생긴다는 문제가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내가 일하는 곳은 저소득층 주민들(수급자, 차상위)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자립, 자활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원주자활후견기관이다. 빈곤층하고 생활한지도 3년이 넘었다. 처음 근무한 사업단이 폐자원재활용사업이었는데 50세가 넘는 사람 4명과 40대 1명 등 5명의 참여자들과 함께 했다.

이들의 얼굴은 많이 고생한 듯 주름이 많았고 손에는 굳은살이 많았다. 건강은 혈압을 비롯하여 한가지 이상씩은 병이 있었고 대화할 때 말씨는 좀 차갑다고나 할까 대화하기가 쉬어보이지는 않았다. 일을 시작하고 처음 3달 동안은 밤잠을 못 이룰 정도로 수많은 고민들이 나를 휘감았다.

'어떻게 하면 좀 더 가족같이 지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좀더 즐겁게 일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자활의지가 생길까,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벌어서 창업해 나갈 수 있을' 등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발 벗고 많이 뛰어다녀도 해결되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는 것,

그것이 아마 자활에 와서 내가 경험한 첫 번째 실패였을 것이다.
자활에서 일한지 1년이 지나서야 이 모든 고민들의 중심은 참여자들이 살아온 주거환경, 생활환경, 가족관계 등 개인적인 문제를 알지 않고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깨달음을 조금만 빨리 얻을 수 있었다면 실패를 경험하지 않았을 텐데'하는 조금은 늦은 후회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얻은 결론은 사업 참여자들과 함께 하자는 것이었다. 사업단 참여자들과 같이 출근하고 점심도 같이 해서 먹고 퇴근도 같이하면서 몇 달을 지내다 보니 참여자들의 살아온 인생과 현재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조금씩 알 수 있었다. 책으로 읽고 저명한 강사들에게 들은 빈곤보다는 참여자들의 삶은 빈곤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하게 하고 더 많이 고민을 하게 하였다.

주변사람들에게 흔히 빈곤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게으르다고,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고 그래서 가난하게 살 수밖에 없다고 단정해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그런 사람들도 있겠지만, 빈곤에 대한 궁극적인 원인을 개인적인 성향에서 찾기보다는 사회의 구조적인 면을 살피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할 수 있다.

일례로 한달 월급 60~70만원을 받고 생활하는 참여자들이 과연 자녀들 교육에 얼마만큼 투자할 수 있을까, 또 가정에는 웃음꽃이 넘칠 수 있을까, 그럼 이런 아이들이 사회에서 보기에(?)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을까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경우가 더욱 많을 것이다. 결국, 빈곤층에 있는 이들의 ‘빈곤의 악순환’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번 선거는 참으로 중요하다. 복지기관에서 일하는 나로서는 도지사, 시장, 도의원, 시의원들에게 빈곤층들에 대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들을 내놓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빈곤층들도 강원도 도민의 한사람으로서 원주시민의 한사람으로서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지 않겠는가.

나랏일이라는 것이 참으로 어렵고 힘들지만 새로 일하시는 분들에게 감히 부탁드린다. '가난한 사람들이 웃을 수 있는 강원도, 특히 원주를 만들어 달라고' '가난을 경험하는 아이들도 학교에서 많이 웃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달라고' '모두가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게 만들어 달라고'….
가난한 사람들과 시원한 탁주한잔 마시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몸소 듣고 느끼는 것이 빈곤을 해결할 수 있는 첫 단추가 되지는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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