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먹고 수첩을 보려고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는 순간 안주머니 속은 텅 비어있었다. “어! 어찌된 일이지” 정신이 번쩍 들어 어제의 기억을 더듬어 본다. 집 근처 택시에서 내린 곳을 기웃거려 보았으나 헛일이었다. 20여만 원의 현금과 카드 등이 들어있는 지갑은 찾을 수 없었다.
아내는 택시회사에 확인을 하느라 부산을 떨고 나는 카드 분실신고부터 했다.
아내는 “당신은 좋은 일 많이 하느라 애쓰니 어디서 연락 올 거야.”하며 웃는다. 하지만 견물생심이라고 “어이쿠 횡재 했구나, 돈만 빼고 시궁창에 내던졌겠지” 하고는 포기하기로 생각을 접었다.
그런데 교정을 거의 다 마칠 무렵 휴대폰이 울렸다. “혹 지갑 잃어버리지 않으셨나요?”하는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포기했는데 전화를 받고 지갑을 찾았다는 기쁨에 “어딥니까? 제가 당장 찾아갈께요.” “횡성인데요. 어딘지 말씀해 주시면 원주 나가는 길에 가져다 드리겠습니다.”하는 것이 아닌가. “고맙습니다.”를 몇 번이나 하고 나서 아내와 함께 기뻐했다.
한 시간이 지났을까? 기다리던 전화가 왔다.
젊은 친구는 지갑을 건네주면서 잘 살펴보란다.
횡성군 공근면 창봉리에 산다는 30세가 좀 넘은 L씨, 차를 끌고 가다 길가에 떨어진 지갑을 발견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차에서 내려 지갑을 주워 살펴보니 돈과 증명서 등이 들어 있더란다. 지갑을 잃고 얼마나 걱정을 할까 하고 바로 연락처를 찾아 전화를 했으나 받지를 않더란다. 그래 오늘 다시 연락을 했다고 말하는 아름다운 마음의 젊은이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나는 오늘 이 젊은이를 보면서 오히려 내가, 아니 우리 세대가 더 부끄러워진다.
우리시대의 양심은 어디로 가고 잘못을 저지르고도 조금의 가책도 느끼지 않는 그 책임은, 그 원인제공은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기성세대에게 더 문제가 많은 것은 아닐까? 그러나 세상에는 아직도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더 많기에 희망은 있고 살만한 세상으로 지켜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부디 그 순수한 마음을 간직한 젊은이에게 복이 가득하길 지면을 통해 기원하며 우리 모두 이런 마음으로 되돌아가 살아가는 사회가 되어야하지 않겠는가?
모든 사람들이 양심과 순수 속에 도덕이 살아 숨쉬는 이 땅, 이 시대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정수일(시인·원주시 50년사 편찬위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