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동·이화·진로등 임대아파트
시공업체 부도·파산으로 주민불안
집없는 서민들의 보금자리인 임대아파트가 임대사업자의 잇단 부도, 파산사태를 겪으면서 입주민들을 벼랑끝으로 내몰고 있다. 문제는 현행법상 임대보증금을 보장받을 수 있는 방법이 미흡하기 때문.
최근 1년사이에 원주권내에서만 문막읍동화리 이화건업아파트(170세대), 원동 진로아파트(160세대), 흥업면 경동아파트(298세대)등이 부도나 파산으로 700여세대의 주민들이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외에도 문막읍 덕원공영아파트는 분양가산정을 둘러싸고 회사측과 주민들간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다.
경동임대아파트 17평형을 보증금 2천200만원에 전세임대해 살고 있는 한모씨(33·회사원)는 “몇년동안 고생해서 모은 전재산과 같은 보증금”이라면서 “부도소식에 눈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원동진로아파트 김모씨(40)도 “확정일자만 믿고 안심했는데 파산사태로 소용없다니 서민들 주거권은 누가 보장해 주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민들의 내집마련 수단 위협
임대아파트는 정부가 무주택 서민들을 위해 복지정책차원에서 마련한 것. 보통 임대계약기간 5년간 보증금과 월임대료로 살다가 싼값에 분양을 받는 제도로 서민들에게는 유리한 내집마련 방법으로 인식돼 왔다. IMF이후 건설업체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제도 자체가 위협을 받고 있다.
서민경제의 악화로 입주민들이 월임대료를 연체하는가 하면 분양전환 예정 아파트들은 분양가산정을 둘러싸고 업체와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다고 한다.
원주지역에는 20개 임대아파트 87개동에 1만428세대가 거주하고 있다.
이는 전체공동주택의 18%에 해당된다. 그러나 임대업체 대부분이 정부 주택기금융자로 임대사업을 벌이고 있는 영세건설업체들이어서 입주민들은 불안해 하고 있다.
경동아파트는 지난해말 2차례에 걸친 (주)경동종합건설의 부도로 인해 이 회사는 아파트를 인수할 임대사업자를 찾으면서 주민들에게는 분양받을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입주민들은 서민들로서 분양받을 수 있는 처지도 아니지만 시내중심가보다 높은 분양대금(평당 250만원선)은 이해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향후 분양대금의 적정선 합의가 중요하지만 회사도산등 상황이 악화될 경우 임대보증금중 일부라도 잃게 될 전망이다.
이화건업아파트는 지난 98년 6월 30일 이화건업(주)가 부도처리됐다.
임대보증금에 대한 반환이 불투명해지자 입주민들은 그후 약 2년간 임대료를 내지않고 있다. 최근까지는 회사측과 분양대금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였지만 양측의 입장차이가 너무 커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상태다.
진로아파트는 지난해 9월말 (주)진로건설의 파산으로 임대보증금에 대한 우선변제권여부가 불확실한 채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진로아파트는 부도의 경우와는 달리 파산법상 미비한 주택임차인보호를 어떻게 해석할지가 관건이다. 그러나 저당권등 다른 담보권자도 없고 회사측설명에 따라 확정일자만 갖추었다는 점등으로 인해 법원이 입주민들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도 있다.
부도시 임대보증금 우선 보호 돼야
공사중인 임대아파트 사업자가 부도를 낼 경우에는 대한주택보증(주)에서 임대분양금 환불을 보증한다. 즉 공사시작후 사용검사일(준공검사)까지는 임대보증금에 대해서 우선 보호되는 것이다.
그러나 입주후에는 대부분 주택은행(국민주택기금)이 1순위로 토지와 건물에 대해 근저당을 설정하므로 부도에 대한 특별한 대비책이 없는 것이 문제다. 다만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소액임차 보증금으로써 수도권은 1천200만원까지, 지방은 800만원까지만 보호받을 수 있다.
이화건업아파트 주부 최모씨(39)는 “서민입장에서 약 1천만원이 넘는 임대보증금 때문에 남편직장문제로 이사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부도나 파산시 임대보증금보호가 불투명해지자 아예 임대아파트 입주를 꺼리는 시민들도 늘고 있다.
다음달 결혼을 앞둔 소초면 신모씨(30)는 “전세금이 모자라 임대아파트를 얻으려고 했는데 문제가 생길까 염려돼 고민중”이라고 했다. 부동산 전문가에 따르면 건설경기가 회복되지 않는한 임대아파트 입주를 꺼리는 현상이 가속화 될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현행 파산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파산절차중에도 보증금에 대한 확실한 우선변제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도사태에 대해서는 마땅한 대책이 없는 것이 현실이므로 입법부나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건설교통부 주택관리과장은 “현재로선 등기외에는 보증금을 보장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어 근본적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며 보완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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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 기자> jslim@wonju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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