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엉킨 버스노선 ‘심각’민원해결 급급 ‘무원칙
태장동 현대아파트 비상식적 노선변경의 대표적 사례

대중교통 흐름 도시성장의 인프라 “자문기구 활용하라”

합리적이고 효율성 있는 시내버스노선 운영 여부는 지자체 발전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원주시 시내버스업체들은 한결같이 “민선 2기만큼 버스노선이 주먹구구식으로 정해진 적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급변하는 노선특성상 해당 수치를 계산할 순 없지만 최근 2,3년 사이에 뒤엉킨 노선은 상당수에 이른다는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에 대해 한 시내버스업체 직원은 “지자체가 스스로 만들어낸 먹이사슬때문”이라고 강조한다.

‘표심’을 의식한 지자체 집행부는 당연히 집단민원을 해결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게 되고 종속기관인 시내버스업체는 방침에 따라야 하는 분위기를 나타내는 말이다. 체계적이고 합리적이기보다 민원을 수습하는데 중점을 기울이는 탓에 ▷행정 신뢰도 실추 ▷사고 위험 ▷시내버스 활성화 저해와 같은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노선변경 식은죽 먹기”



“집단민원만 제기하면 버스 노선변경쯤은 쉽다.”

이렇다할 피해가 없는데도 주민 다수가 요구하면 노선을 변경해주는 시행정이 빚어낸 결과다.

대표적 사례로 13, 14번 노선을 꼽을 수 있다. 이들 노선은 지난해부터 개운아파트 1단지 정문앞까지 연장됐다.

마땅히 차를 돌릴 곳이 없어 노상주차장으로 활용되는 비좁은 간선도로를 통과해야하는 여건을 감수하면서까지 운행되고 있다.

더구나 아파트 출입구에서 100여m만 걸어가면 버스정류장이 있는데도 시는 불편을 호소하는 주민들을 위해 노선이 기형적으로 변하는 결과를 감수했다.

태장동 현대아파트건도 민원에 의한 비상식적인 노선변경의 대표 사례다.
셔틀버스 운행이 금지되자 주민들이 대책을 요구하며 집단민원을 제기했다.

200여m만 걸어 내려오면 13, 14번 버스가 있는데도 경사로를 오르내리기 힘들다는 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시는 버스노선을 아파트입구까지 연장시켜주는 결정을 내렸다.

민원만 제기하면 버스노선이 변경되거나 신설된다는 인식은 상업시설도 마찬가지. 지난해 단계택지에 문을 연 농협하나로마트에서는 이용자들을 위해 버스 노선을 신설해 달라고 원주시에 민원을 제출했다. 한달도 안돼 92번 버스가 운행방향까지 정반대로 바꿔가며 하나로마트 앞을 운행하게 됐다.

100m 앞에 하루 100회를 운행하는 15번과 17, 18번 노선버스와는 별개로 민원을 그대로 수용했다.

비록 시내버스업체들이 반대하고 나섰지만 최근에는 단계동 농산물도매시장이 인접 도로에 상시 운행하는 51~57번 버스를 무시하고 노선신설을 요구한 바 있다.




민원 강도에 따라 차별



관선시대 버스노선변경방식의 특징은 원주시와 시내버스업체가 민원 수용시 타당성과 변경에 따른 타지역과의 형평성, 전체 노선에 미치는 영향등을 고려했다.

현재는 민원해결 위주로 진행되다보니 해당 지역의 교통 장애요인만 없으면 노선변경이 이뤄지는 실정이다.

시청 한 직원은 “시집행부에서 민원해소를 강조하고 있는데다 민원마저 집단화, 세력화되고 있어 수용이 불가피하다”는 속사정을 토로한다.

아파트단지 주민들이 주를 이루는 이들 민원은 방식에 있어서도 집단적이고 입체적인 방법을 동원해 시집행부에 압력을 가한다. 서명자료는 물론 원주시청인터넷홈페이지, 전화, 대표자 방문, 언론플레이까지 동원한다. 결국 시는 조속한 해결방안을 제시할 수 밖에 없다.

이런 분위기속에서 해결책을 찾지 못한 소수 민원은 ‘형평성’을 문제 삼기도 한다. 태장동 현대아파트 노선 연장결정이 알려지자 그동안 마땅한 버스 노선이 없었던 태장동 소일마을과 반곡관설동 유만마을 주민들도 민원을 준비했다.

하지만 주민 한 사람이 시청 직원을 방문하거나 시내버스업체에 전화를 하는 수준에 그치고 말았다. 유만마을 한 주민은 “도로가 좁아 타당성이 없다는 말을 전해 듣고 노선 신설 민원을 포기했다”고 전했다.

주민 대부분이 고령층이라 집단 행동을 준비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는게 속사정. 무엇보다 이들 주민들 사이에서는 결과자체를 놓고 “현대 아파트단지는 고위직 공무원이 살고 있냐”는 비판이 한동안 불거졌다.

민원위주의 노선변경은 사고위험도 부추기고 있다.

시내버스업체들은 최소 1개월 정도를 운전기사들의 노선숙지기간으로 정해놓고 있다. 하지만 민원해결에 급급하다보니 10일도 안돼 변경된 노선을 운행해야 한다. 태장동 현대아파트처럼 경사진 아파트 입구에서 버스를 돌려야하는 상황도 운전기사들에겐 부담으로 작용한다.

개운아파트1단지 연장운행으로 인해 구곡택지 현진에버빌모델하우스 옆 간선
<박정민 기자>  jmpark@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