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자 전무 ‘유명무실’

남편에게 구상권 행사 문제

지원액 6만~7만원 도움 안돼


가정폭력 피해자 의료비 지원제도가 유명무실화 되고 있다.


의료비 지원제도는 가정폭력을 당한 여성에게 치료비를 지원해 주고 이를 다시 가해자인 남편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원주의 경우 제도가 생긴 이래 지금까지 치료비 지원을 신청한 사람은 거의 없는 상태다.


올해도 국비와 도비, 시비 등 총 152여만원의 예산이 수립돼 있기는 하나 이를 담당하는 원주시가정폭력상담소에 치료비 지원을 신청한 사람은 아직까지 단 한명도 없는 상태다.


이처럼 의료비 지원제도가 유명무실화 된 것은 치료비를 가해자인 남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기 때문에 또다른 폭력이나 분쟁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치료비 지원액수가 1인 6만~7만원으로 정해져 있어 실제 치료를 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특히 상해의 경우 의료보험 혜택도 안 되고 있는 상황에서 치료비 지원 액수가 극히 적다보니 아무런 효과를 보고 있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춘자 여성정책과장은 “구상권 청구한다는 조항 때문에 제도자체의 근본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며 “효과적인 치료비 지원제도가 정책되기 위해서는 구상권 폐지는 물론 현실적인 예산이 국가 차원에서 확보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주시 가정폭력 상담소 담당자도 “현 제도는 피해여성을 또 다시 가정폭력의 피해자로 몰고 갈 가능성이 많다”며 “가정폭력으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구상권을 폐지하고 새로운 방향으로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가정법률상담소 개소 이후 가정폭력 과 관련된 상담건수는 97년 136건이었던 것이, 2000년에 267건으로 증가했으며, 2001년에는 443건을 기록하는 등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김선기 기자>  skkim@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