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내 신고시설 전환 조건 시설비 지원 … 신고 안하면 강제폐쇄
시설 갖추려면 막대한 자금 필요해 막막 정부요구 수용 불가능
정부가 미신고 사회복지시설 양성화를 위해 추진하는 조건부 신고제도에 대해 시설 관계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미신고 복지시설 조건부 신고제는 최소한의 요건을 갖춘 시설에 대해 3년내에 신고시설로 전환하는 조건으로 신고를 받아 시설 개·보수 비용등을 지원하겠다는 것. 원주에는 도내에서 가장 많은 12개 미신고 사회복지시설이 있다. 대부분의 미신고 사회복지시설 관계자들은 이 정책에 대해 실효성이 없는 것은 물론 정부에서 요구하는 시설을 갖추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12개 시설 중 9개 시설이 장애인수용자가 많아 장애인 시설로 신고해야 하는데 장애인을 수용하기에 합당한 시설을 갖추기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정부에서 시설비를 지원해 준다고는 하지만 정확한 금액이 확정되지 않은데다 지원금액도 필요한 예산의 일부밖에 안 될 것이기 때문에 재원을 마련할 방법이 전혀 없다.
정부는 3년 이내에 정식 신고시설로 전환하지 못할 경우 시설을 강제폐쇄할 방침이다. 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사회복지법에 의해 불법시설로 고발하거나 행정조치를 취할 예정이어서 관계자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치악산국립공원내에 있는 소쩍새마을(대표:현각스님)의 경우 무허가 건물로 현재 문막으로의 이전을 추진하고 있지만 내년 보건복지부 예산 지원 결과에 따라 결정될 부분이어서 막막한 실정이다. 소쩍새 마을은 214명의 장애인이 살고 있는데 운영주체인 승가원에서 이에 대한 협의를 할 예정이지만 뚜렷한 방법은 없을 것이라며 한숨만 내쉬고 있다. 연간 8억원에 달하는 운영비 마련도 힘든 상황에서 시설비까지 투자할 만큼의 여력이 없다는 것.
흥업면 대안리에 노인과 장애인 22명이 살고 있는 갈거리사랑촌도 고민이다. 무허가 건물이 있는데다 후원금이 계속 줄어들고 있어 힘이 드는데 조건부 신고제에 따라야 할 경우 만만치 않은 예산이 수반돼야 하기 때문.
아예 신고를 하지 않겠다고 나선 시설도 있다.
판부면 서곡리에 있는 축복의 집(원장:김복순)은 정신장애자 17명이 생활하고 있는데 정부의 지침에 따르지 않기로 했다. 김원장은 “농사 조금 지어 겨우 정신장애자들과 살고 있는데 이런 저런 시설을 갖추라는 것은 무리”라면서 신고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지정면 판대리 포도마을(원장:김정구)도 신고하지 않을 계획이다. 김원장은 “겉으로는 정부가 미신고 사회복지시설을 양성화하겠다는 것처럼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면서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살겠다는 취지에서 시작한 것인데 정부가 이렇게 내모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항의했다.
원주시 관계자는 “많은 시설 관계자들이 고민스러워하고 있는 부분”이라면서 “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사회복지법에 의해 행정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했다.
<서연남 기자> ynseo@wonju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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