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씨의 소망이라면 오갈데 없는 노인들을 모시고 살 집 한채. “좋은 일도 습관이 됩니다”

문막에서 다방 운전기사로 일하는 정씨(41)는 15년전부터 돈을 버는대로 남을 돕는데 쓰는 이 시대의 천사다.

‘단돈 1천원 때문에 살인을 저지르고 용돈이 적다며 자식이 부모를 폭행하는 세상.’
물질이 인간미를 무너뜨리는 각박한 현실속에 돈을 버는대로 퍼주는 이웃의 선행이 세상에 알려져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문막읍 건등리 모 다방에서 운전기사로 일하는 정복진씨(41)가 그 주인공. 정씨가 주위사람들 모르게 계속해온 선행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좋은일에 함께하고 싶다’는 이웃이 많아졌다.


3년전 충주에서 원주로 오게된 정씨는 15여년전부터 여러 복지시설에 정기적으로 후원금을 보내주고 있다. 돈만 보내는 게 아니라 틈만나면 복지시설을 찾아가 생활용품을 갖다준다. 후원하는 시설도 다양해 음성 꽃동네, 충주 마르시타 기술교육원, 온양 한울타리 고아원등등.
원주에서 새롭게 인연을 맺게된 단계동 사랑의 집은 비교적 거리가 가까워 일주일에 두어번씩 들린다.
정씨가 시설에 보내는 물품은 비누, 샴푸, 노인용기저귀 같은 생활용품. 때로는 노인들이 좋아할만한 음식이나 떡을 사놨다가 가져가기도 한다.


정씨는 “혹시 짬이 나지 않으면 준비해둔 물건을 가져가라고 전화를 해준다”면서 “혼자 쓰는 생활비를 아끼면 많은 사람들에게 나눠줄 수 있다”고 말했다. 수입이 늘어날수록 후원해주는 곳도 비례해서 늘어나게 되는 셈. 더 많이 도와주지 못하는게 아쉬울 뿐이라며 말꼬리를 흐린다.
최근에는 정씨의 후원 소식이 알려지면서 인근 주유소 사장은 20만원 상당의 물품을 구입해 대신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정씨가 일하는 다방 사장도 시설을 찾아가는 정씨의 손에 살며시 후원금을 쥐어준다.
정씨는 시설뿐 아니라 소년소녀가장 3명과 자매결연을 맺고 생활비를 정기적으로 보내주고 있다.
초등학교 6학년때 처음 인연을 맺었던 한 여학생은 정씨의 후원을 받으며 서울 연세대학교를 졸업했고 현재 대기업에 취직해 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막에 사는 한 고등학생과도 읍사무소를 통해 인연을 맺게됐는데 적어도 1주일에 한번 전화통화를 한다.


혹여 가족이 없다는 외로움에 힘들어 하지 않을까 걱정이 많다고.
정씨에게 선행을 하게된 계기를 물었지만 어린시절 이야기는 끝내 털어놓지 않았다.


10여년간 음악생활을 했고 돈 모을새 없이 베풀기만 한 정씨의 소원은 오갈데 없는 노인들을 모시고 살 집 한채. 정씨는 “어려운 사람에게 작은 보탬이 된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면서 “베풀고 싶어도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데 처음 돕기가 어렵지 좋은 일도 습관이 된다”고 말했다.



<함미선 기자>  msham@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