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2천명이 농로 이용 … 도로 좁아 추락사고 빈발

도시계획구역 포함안돼 도심속 오지, 주민불편 극심

시골지역보다 못한 도로사정 때문에 반곡관설동 주민들이 화가났다.
치악교에서 반곡동으로 진입하는 도로는 소형승용차 두대가 겨우 지나칠 정도로 협소한 상태.
지난 99년 예비군훈련장이 반곡동 36사단으로 옮겨오면서 차량 통행량이 급증해 반곡동 주민들의 불편은 날로 심해지고 있다. 훈련이 있는 날이면 하루평균 200~300명이 이곳을 드나든다.


36사단이 밝힌 예비군 훈련인원은 연간 3만여명. 이들 대부분이 차량을 갖고 이동하다보니 아침, 저녁으로 이 일대는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100여m가 넘는 도로를 사이에 두고 나가고 들어오는 차량들이 길게 늘어서 한참씩 기다렸다가 지나느라 병목현상이 잦다. 마주오던 차량이 서로 피하려다 도로 양옆 하천이나 논으로 추락하는 사고도 자주 발생한다.


실제로 반곡1통 황모씨(60)는 얼마전 마주오던 대형트럭을 피하려다 미끄러져 논으로 떨어졌다.
가로등도 없는 밤길이라 양보하는셈 치고 조금 피해주려다 그만 추락하고 만 것이다.
같이 타고있던 가족 3명은 팔이 부러지는등 중경상을 입었고 차량은 심하게 부서져 폐차했다.
반곡동은 시내버스가 하루 4회만 운행되는 도심속 오지마을. 행정구역으로는 동지역이지만 읍면지역 보다도 기반시설이 낙후되어 있다.


5통에 사는 김모씨(49)는 “아침마다 아이들을 학교에 태워다 주는데 훈련장으로 들어오는 차량때문에 길게 늘어서 기다리다 학교에 늦는 경우도 있다”면서 “밤에는 운전자들이 검은색 교복을 입고 하교하는 학생들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사고라도 내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게 된다”고 했다.


마을안쪽으로 유리공장을 비롯한 각종 공장이 있어 대형차량의 통행도 잦은데다 유선방송과 교통방송국등이 들어서 교통량이 계속 늘고 있다.
동부우회도로가 일부 반곡동과 연결돼 있지만 한참을 돌아와야 하기 때문에 주로 이 도로를 많이 사용하는 실정.


농민들은 “도로가 좁고 차량이 많이 다녀 트렉터나 경운기 통행이 어렵다”면서 “코앞에 있는 논을 반대편으로 멀리 돌아서 운행하고 있다”고 했다.
도로확장 문제는 99년 관설동과 반곡동이 통합되기 이전부터 수차례 제기돼온 반곡동 주민들의 최대 숙원.


원주시는 반곡관설동이 도시계획구역에 포함되지 않아 도로개설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재 상황으로는 언제 도시계획구역으로 포함될지도 미지수다.
주민들은 도로옆 하천을 복개하든지 논을 매입해 서둘러 도로를 넓혀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원주시 건설과 관계자는 “소하천 정비사업에 따라 하천 복개는 불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계획된 도로도 예산이 없어 늦어지고 있는데 농로까지 확장할 여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마을 주민은 “예비군훈련장이 옮겨올 당시 진입로를 4차선으로 확장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고있다”면서 “2천여명의 주민이 좁은농로로 다니며 고생하고 있는데 행정기관은 원칙을 내세우며 팔짱만 끼고 있다”고 비난했다.

<함미선 기자>  msham@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