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방북단에 선정된 김병덕씨

보고 싶었던 형제들은 대부분 사망

손수 만든 지도보며 마음은 벌써 고향

“고향은 가게됐지만 형제들은 찾을 수 없다니…”
제4차 이산가족 상봉 방북단에 선정된 김병덕씨(71). 8일 대한적십자사로 부터 전화를 받고 한동안 멍하니 앉아있을 수밖에 없었다. (본보 10월 4일자 보도)


방북단에 포함됐지만 만나보고 싶었던 형제들은 대부분 사망했거나 행방불명인 것으로 나타난 것. 다행히 둘째형(길덕씨)의 둘째 아들인 조카 영호씨(58)를 찾게돼 김씨의 50년 한풀이는 가능해졌다.


평안남도 대동군 동암면 율일리(독골)에서 태어난 김씨는 16살이 되던해 평양으로 건너가 공부를 했고 평양의학전문학교를 졸업했다. 그리고 황해도 적십자약국장으로 일하다가 지난 50년 12월 친구와 함께 남쪽으로 내려왔다. 혈혈단신 월남한 김씨는 오갈데가 없어 군입대를 자원했고 6.25전쟁을 치렀다.


군생활중 굶주림에 견디다 못해 병이 들었고 의가사 제대를 했다. 또다시 갈곳이 없어진 김씨는 군부대 주위를 서성였고 결국 춘천 캠페이지를 거쳐 원주 캠프롱으로 옮겨온뒤 30여년간 미군기지에서 근무했다.
그사이 김연숙씨(66·사진 오른쪽)와 결혼했고 슬하에 4남매를 뒀다.


김씨는 오래전에 손수 그려놓은 고향 지도 한장을 보여줬다. “평양에서 경의선을 타고 6㎞ 정도 가다보면 석암염이 나오지요. 역에서 내려 솔모루로 한참을 걷다보면 여기 보이지, 여기가 바로 내 고향 마을이야.” 몇년전 김씨는 정성껏 그린 그림지도를 4남매에게 나눠주면서 통일이 되면 대신 고향을 찾아가 달라고 부탁했단다.


16일경 방북을 앞두고 김씨부부는 또다른 걱정거리가 생겼다. 조카에게 필요한 선물이 무엇일까라는 행복한 고민이다.
조카에게 전해줄 남측 가족사진은 벌써 준비해뒀다.


“10여년전 꿈에 누님을 봤어요. 얼싸안은채 서로를 꼬집으며 살아있음을 확인했고 다신 헤어지지 말자며 울부짖었죠. 한참을 울다보니 꿈이더라구요. 꼭 한번 고향꿈을 꾼건데 누님은 그날 돌아가신 것 같아요.”


스무살이나 많은 누나는 부모같았다고 얘기를 꺼내던 김씨의 눈가에는 어느새 이슬이 맺혀 있었다.
<함미선 기자>  msham@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