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폐기물 무단배출 언제까지

대형폐기물 무단배출이 심각한 상황이지만 특별한 대책이 없어 행정기관이 골치를 앓고 있다. 원주시는 지난해 10월 쓰레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무단배출된 쓰레기 수거를 늦추는 극약처방을 내렸지만 1년도 안돼 사실상 난관에 부딪친 상태. 곳곳에 버려진 대형폐기물 때문에 또다른 쓰레기가 쌓여 도시미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 ‘서둘러 치워달라’는 민원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습 무단투기 장소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하고 단속인력을 배치해봐도 근절되지 않는 대형폐기물 무단투기 현장을 살펴봤다.


투기방법·장소 다양, 흔적도 안남겨

“처리 수수료 면제 제도 검토해야”

각종 체육행사가 자주 열리는 단구근린공원 주변 단관택지는 아직 건물이 들어서지 않아 인적이 드문 곳. 이런 곳에는 주로 야간에 차량으로 옮겨지는 대형폐기물이 많이 버려진다. 여기저기에서 냉장고, 침대, 소파 같은 각종 폐기물이 나뒹구는 모습이 쉽게 발견된다. 때로는 밭 한가운데 던져져 1년동안 잘 키운 농작물을 망치는 경우도 있다.

시멘트, 스티로폼 같은 공사폐기물이나 기계윤활유, 폐타이어 같은 유해성 물질도 더러 발견된다.
단구동청장년회 홍성준회장은 “구곡·단관택지 일대에서 폐기물을 수거하면 한번에 1.5톤 트럭 2~3대 분량은 충분히 나온다”면서 “보기에도 안좋을뿐 아니라 또다른 환경오염까지 걱정된다”고 했다.


주택이 밀집된 골목길에도 심심찮게 폐기물이 등장한다. 건축폐기물이나 차량이 버려진채 장기간 방치되면 으레 가구나 가전제품 같은 폐기물이나 종량제봉투에 담지않은 생활쓰레기가 주변에 버려져 이 일대는 쓰레기장으로 전락하기 쉽다.
각 읍면동사무소는 쓰레기를 치워달라는 주민들의 요청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계속 치워주면 한도 끝도 없다는 게 직원들의 불평이다. 동사무소 자체에서 트럭을 조달해 치우거나 원주시에 요청해 폐기물 처리업체를 불러야 하는데 하지않아도 될일에 행정력과 처리비용이 낭비된다는게 가장 큰 문제다.


조용한 시골마을 야산도 예외는 아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계곡이나 산밑에 장농이나 텔레비전이 버려지고 있다. 주로 차량 트렁크에 각종 폐기물을 싣고 계곡이나 유원지를 놀러왔던 행락객들이 버리고 간 물건들이다. 지정면 송모씨(63)는 “매년 여름이면 각종 쓰레기로 관광지가 몸살을 앓고 있는데 요즘엔 대형 폐기물까지 버려지고 있다”면서 “작정하고 버리는데 무슨 수로 막냐”고 불평했다.


한여름 더위를 식히기 위해 원주천을 찾거나 주변 공원을 찾는 시민들의 행태만 봐도 쓰레기 무단투기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짐작할 수 있다.
버려지는 폐기물 종류도 다양해져 얼마전에는 단계택지내에 커다란 수족관이 버려지기도 했다. 쉽게 사용하는 물건이 아닌데다 유리가 깨진채 흉물스럽게 버려져 주변 상인들로부터 치워달라는 요청이 많았다. 단계동사무소는 워낙에 부피가 큰 폐기물이라 포크레인을 이용, 수족관을 잘게 부순뒤에야 힘겹게 옮길 수 있었다.


동사무소 관계자는 “장미축제때 포장마차를 운영하던 장사꾼이 행사가 끝난뒤 낡은 물건이라 그대로 버려두고 간 것 같다”면서 “버려지는 폐기물 종류도 다양해지고 버리는 수법도 지능화된다”고 밝혔다.
무단배출을 해도 증거가 될만한 흔적을 남겨두지 않아 주인을 찾아 과태료를 부과하기가 쉽지않은 상황. 환경감시 포상금제도가 시행되자 과태료를 물릴만한 증거는 철저히 없애고 있는 것이다. 몰래카메라를 설치한다고 해도 멀리서 오는 외지차량은 적발이 어렵다.


원주시는 현재 동지역과 읍면지역을 나눠 대형폐기물 수거업체를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처리비용은 타시군보다 저렴한편. 냉장고 6천~2만원, 세탁기 5천원, 책상 4천~5천원등으로 덩치가 큰 물건이라도 2만원 이내에서 처리가 가능하다.
다른 시군의 경우는 은행에 돈을 내고 영수증으로 읍면동사무소에서 스티커를 발부받아 물건에 붙여 밖에 내놓아야 하는 번거로운 상황. 하지만 원주시는 원주시 폐기물수거업체에 전화만 하면 물건을 실어가면서 돈을 받고 영수증을 발급하기 때문에 절차가 매우 간단하다.


시 관계자는 “대형폐기물 처리비용도 저렴하고 절차도 간단한데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은 시민의식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면서 “쓰레기를 행정기관에서 계속 치워주면 그만큼 시민의 세금이 낭비되고 무단투기는 더 늘게 된다”고 설명했다.


태장2동 서모씨는 “일부 시군에서는 대형폐기물을 시민이 직접 집하장으로 가져오면 처리수수료를 면제해주는 것으로 알고있다”면서 “수거절차가 번거롭고 비용이 부담돼 무단투기를 하는 것이라면 차라리 직접 집하장으로 가져가도록 제도화하면 좋겠다”고 했다.

<함미선 기자>  msham@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