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1급장애인의 처참했던 3일

안녕하십니까. 원주에서 모초등학교의 교사로 근무하는 이지영입니다.
제가 글을 올리게 된 연유는 제 친정오빠(이준표)인 정신박약 1급 장애인의 비참했던 3일간의 일정으로 인해 오빠 본인은 물론, 가족까지도 눈물과 걱정으로 보내야했던 사정을 말씀드리고 항의하기 위해서입니다.


2001년 9월 17일 오후6시경, 오빠는 평소처럼 저녁을 먹고 집근처를 산책하고 있었습니다. 제 친정은 명륜1동이며 그 동네에서 40년 이상을 살았기때문에 웬만한 사람들은 오빠의 상태를 알아서 괴롭히지 않습니다. 정신박약아들이 그렇듯 오빠는 길거리에 떨어진 쓰레기등에서 신기하게 생긴것을 집으로 모아들이는 습관이 있습니다.
그날도 동네의 구멍가게 근처에서 차 주변에 떨어진 윈도우브러시를 주워드는데, 때마침 차주가 나타나서 오빠를 마구 때리고(주변에 있던 주민의 증언) 그때 동네를 지나던 순찰차를 세워서 차량훼손 누명을 씌워 데려가라고 했답니다. 그런데 그 광경을 보고있던 주민은 이사온지 얼마안된 터라 오빠의 존재를 매일 보기는 했지만 어디 사는지 모른다고 경찰의 질문에 답변했답니다. 만일 이때 경찰이 5m 떨어진 구멍가게에만 물었어도 엄청난 사태는 막을 수 있었을 겁니다. 이어서 오빠는 순찰차를 타고 개운동에 위치한 명륜동파출소에 가서 훈시를 받고(정신박약 1급은 인지능력이 떨어지고 기본적인 생리현상에 대한 언어만 조금 합니다), 파출소에 간지 30분만에 반곡동에 위치한 원주시립복지원에 끌려갔습니다.


복지원에서 당직을 하던 사람에 의해 오빠의 주머니에 있던 소지품들이 압수되었고 그 안에는 저희집 주소와 제 주민등록번호가 적혀있는 우편물과 세금고지서등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경찰과 복지원 관계자 중 그 누구도 우편물을 자세히 보지 않았고, 주소를 조회하여 전화를 걸어줄 수 있었음에도 그냥 봉투에 담아 복지원 서랍속에 넣어버렸습니다. 다음날인 9월 18일 오전 6시경 오빠는 불안한 나머지 집으로 가겠다고 웅얼거리고는 반곡동 산길을 걸어 나갔다고 합니다. 원주시립복지원이 위치해있는 반곡동은 치악산 바로 밑이며 인가도 적은 곳입니다.
엄마와 저는 하루를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는 오빠 걱정에 (이런 일은 처음입니다) 한숨 못자고 18일 오전11시경 엄마는 명륜동파출소에 실종신고를 했습니다. 그러나 저녁 8시가 되어서야 오빠가 그 전날 원주시립복지원에 잡혀가고 다음날 새벽에 사라진 사실을 경찰이 통보했습니다. 그길로 저는 차를 몰아 반곡동 주위를 샅샅이 뒤졌고 밤새 일대를 돌아다니며 오빠를 찾았습니다.


장애인 가족의 고통을 아십니까?
복지원 담당자는 오빠의 소지품에서 주소를 왜 눈여겨 보지 않았냐고 따지자 제게 이렇게 대답하더군요.
“복지원의 업무가 너무 과중합니다. 그리고 장애인등을 경찰에서 인수받아 하루정도 재워주는것은 저희가 하지만 그분들이 복지원을 빠져나가 산길을 헤매든 집으로 가든 하는것은 막을 의무도 없고 그럴 여력도 없습니다”라고….
전 너무나 화가 났습니다.


경찰은 경찰대로 오빠가 검문을 할때 주머니에 손을 대지 못하게 했다고, 더이상 강제로 뒤질 수가 없어서 못봤다고 주장하고, 복지원측은 자신들의 의무가 아닌 경찰의 탓이라고 발뺌을 하니….
장애인 그것도 말 못하고 못 알아듣는 정신박약 1급장애인이 집근처에서 산책하다가 경찰에게 잡혀서 치악산꼭대기의 복지원에 보내진 후 새벽에 어디론가 사라졌고 이에대해 아무도 책임질 사람이 없다는게 도무지 납득이 가질 않습니다.
9월 19일 오후7시경 원주시 태장동 주변에서 힘없이 앉아있던 오빠를 경찰이 발견해서 다행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오빠의 상태는 말이 아니었습니다.
이틀동안 아무것도 못먹은 탓에 몸은 수척하고 겁에 질린 표정하며… 제 가슴이 얼마나 아팠는지… 아마 같은 입장이 아니시라면 이해하지 못하실 겁니다.
오늘 아침에도 오빠는 작은 소리에도 놀라며 두려운 표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끝까지 오빠를 찾는데 성의를 보여주신 명륜동파출소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러나 모순이 가득한 이런 행정 시스템이 납득이 가질 않습니다. 이후에 또다른 장애인, 치매노인, 어린이가 길을 잃거나 비슷한 연유로 경찰에 연행될 경우 책임회피식 처방으로 본인들이 받게될 고통과 가족의 아픔을 헤아려 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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