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 아이들에게 영어수업
방과후 무보수로 봉사
수업이 모두 끝난 오후의 한 초등학교 3학년 교실. 해가 산마루에 걸릴때까지도 아이들은 영어공부에 여념이 없다.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이 흘러내리지만 아이들은 카세트에서 흘러나오는 외국인의 말소리에 귀를 쫑긋 세운다.
한 초등학교 교사가 방과후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학급의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어 화제.
교동초교 3학년 4반 담임인 엄태진 교사(42). 영어수업을 진행하는 엄교사의 모습은 마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를 방불케 한다. 영어의 억양대로 그의 손은 궤적을 그리고 아이들은 그 음표대로 목청껏 영어를 말한다.
엄교사가 사교육의 비중이 커지는 교육현실에서 최소한의 불평등이라도 막아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방과후 영어과외가 벌써 3년째로 접어들었다.
“내가 영어를 좋아해서 하는 일이에요”라고 말문을 연 엄교사는 “학원에서 배운 아이들의 실력을 보니 더이상 외국인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수준이 못돼 시작하게 됐다”고 동기를 밝혔다.
그가 가르치는 교육방법은 조금 색다르다. 영어를 공부하느라 결혼도 늦게 했을만큼 영어에 남다른 애착이 있는 엄교사의 지론은 발음이 되면 저절로 들리게 된다는 것. 따라서 영어교육에서 원어식 발음은 매우 중요하다는게 그의 핵심이다.
그래서 같은 문장을 하루에도 200번 이상 반복하도록 요구한다. 억양, 발음이 적당하지 않으면 될때까지 시킨다. 이때문에 처음에는 포기하려는 아이들도 많았다고. 그러나 지금은 외국인을 방불케하는 발음실력을 갖췄다.
엄교사 자신도 수년동안 영어공부를 했지만 어느 수준이상으로는 향상되지 않아 좌절했었다고. 그러나 발음의 중요성을 깨닫고 원어식 발음으로 문장을 외운지 3개월만에 외국방송의 토크쇼를 보고 웃음이 나왔다고 자신의 경험담을 얘기했다.
“이젠 아이들이 영어공부하는 것을 너무나 좋아해요”라고 말한 엄교사는 “아이들이 흥미를 느꼇다는 것 만으로도 큰 진전이다”고 했다.
모두가 빠져나간 교실에서 아이들과 똑같은 영어문장을 반복하는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을텐데 무보수로 봉사해온 엄교사. 하지만 아이들이 유창하게 영어로 질문을 할때면 화초가 자라는 것을 보는 마음만큼이나 뿌듯하다고 말한다.
“기왕 시작한 일인데 그만둘 수 있나요”라는 엄교사는 “아이들은 금방 배우니까 올해 아이들은 내년에도 가르치게 된다면 외국인처럼 말하는 것이 가능할 것 같다”며 의욕을 불태웠다.
아이들을 위해 피곤함을 잊고 사는 엄교사와 어둑해진 교실에서 영어를 배우는 학생들을 보면서 ‘교단붕괴’는 다른 나라의 얘기처럼 다가왔다.


<류호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