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분쇄기·펠렛·제초기 등 … “시범사업 신중해야”

원주시농업기술센터에서 시범사업으로 농가에 지원한 농작업 도구 중 일부가 제대로 사용되지 못한 채 방치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시에서 100만원을 보조하고 농가에서 40만원을 자부담해 구입한 고구마 분쇄기의 경우 고구마 전분의 유통 경로가 없어 시범사업에 참여한 일부 농가에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원주시는 대표음식으로 국산 고구마 전분으로 만든 냉면을 선정한 뒤 국산 고구마 전분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농가에 고구마 분쇄기를 보급했다.
그러나 대표음식 육성사업이 지지부진 하면서 고구마 분쇄기는 별 쓸모가 없게 됐다.

지난해 보급된 쌀겨 펠렛 조성기의 경우에도 단 한 번도 가동되지 못한 채 방치된 곳이 있다. 쌀겨 펠렛 조성기는 쌀겨를 배양액과 섞어 펠렛(손에 잡힐 정도의 알갱이)으로 만든 뒤 비료 대신 논에 뿌리는 것으로, 1대당 1천만원이다. 시에서 800만원을 보조했고 농가에서 200만원을 자부담 했다. 흥업면 대안1리에도 1대가 보급됐으나 쌀겨를 구하지 못해 단 한 번도 사용하지 못한 채 방치해 두고 있다.

대안1리는 친환경농법을 하는 곳이며 쌀겨도 친환경농법으로 재배된 것을 써야 하는데 이를 구하지 못했던 것. 미리 감안했더라면 대안1리에는 이 기계가 보급되지 말아야 했다.
1대당 70만원 가량 하는 동력중경제초기도 현재 방치하고 있는 농가가 많다. 이 기계는 논의 이랑 사이에 잡초를 제거하는 것으로 3년 전쯤 보급됐다. 그러나 농가에서는 기계를 작동한 결과 논의 어린 모를 손상시켜 한 번 썼다가 그대로 처박아 두었다고 전했다. 모와 모 사이의 간격이 일정해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질 못하기 때문에 모를 손상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한 농민은 말했다.

이 농민은 이어 “농민들은 시에서 하는 사업을 그대로 믿고 따를 수 밖에 없다”면서 “농민들이 원하는 농기계를 보급하도록 시에서 각별히 신경 써 주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퍼 주기식 농업정책과 농민들도 일단 사업을 따고 보자는 식의 그릇된 실태에서 문제가 비롯됐다고 봤다.

이에 대해 원주시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기계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농가를 대상으로 다른 농가에 팔도록 권유했으나 농가들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면서 “잘 활용하고 있는 농가들도 많이 있다”고 답변했다.
이상용  sylee@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