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현규 (개운동사무소)

처음 일을 시작하고 여유와는 조금 거리를 두고 너무나 무미건조하게 살아가는 나에게 친구가 책 한 권을 선물해 주었다.
그것이 바로 ‘살아 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라는 책이었다. 처음 책 표지를 보았을 때 생각보다는 단순하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 실망했다.
별 부담 없이 표지를 넘겨 목차를 하나하나 보면서 “아…내가 지금까지 여기에서 몇 가지나 했을까. 아니 이 중에 얼마나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하는 느낌에 내 자신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되었다.
첫 번째 할 일-사랑에 송두리째 걸어보기부터 시작해서 마흔아홉 번째 할 일-잊지 못할 쇼 연출해보기까지 총 49가지의 목록을 보면서 내 일생을(그리 길지 않지만…) 곱씹어 보았다.
내가 한 일들을 곰곰이 생각하며 손꼽아 보니 다섯 손가락도 채 되지 못한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래 뭐 이 정도면 충분하지. 내가 그 동안 바쁘게 살아 왔잖아” 라고 내 자신에게 최면을 걸어 보았지만 한쪽에서 밀려오는 허무함은 감출 수가 없었다.
내가 그 동안 삶을 너무 무의미하게 살아 온 건 아닌지. 앞만 보며 살아온 내 방식이 조금은 잘못 된 건 아닐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날 보다는 앞으로 살아가야 할 날이 많은 것처럼 내가 한 일보다는 해야 할 일들이 아직 많이 있다.
그 중에 하나 부모님 발 씻겨 드리기. 오늘 이 하나부터 실천해 나가면서 내 삶을 조금은 더 아름답게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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