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선 원로방 회장

아침에 눈을 떠보니 큰 손자 생일이라고 빨갛게 색칠이 돼 있다.
눈을 뜨자마자 컴퓨터 앞에 앉은 이명선 원로방회장(74)은 손자의 생일을 축하하는 메일을 띄웠다. 손자뿐만 아니라 친구나 원로방 회원들과도 이메일로 서로의 안부를 묻고 소식을 전하는 이회장. 고희를 훌쩍 넘긴 나이라면 바둑이나 장기등을 즐길만도 할텐데 이회장의 취미는 뜻밖에도 컴퓨터라고 한다. 

컴퓨터 배운후 새로운 삶 만끽 
74세 나이 불구 밤새워 컴퓨터 공부 
“이젠 가족홈페이지 제작 시도할 계획”</a> 
 

컴퓨터를 몰라도 큰 어려움 없이 살아갈 수 있는 나이련만 이회장은 밤을 새우며 컴퓨터 공부를 하는 매니아였다. 
93년 횡성중학교장으로 정년퇴임을 했을 때만해도 컴퓨터는 그저 공문작성할 때만 사용하는 그런 기계로 밖에 취급하지 않았던 그였다. 자판 한번 두드려 보지 않았던 이회장이 지금은 학생들도 가르치고 홈페이지도 만드는 컴퓨터 광이 돼 버린 것이다. 
이회장이 컴퓨터와 친구가 된 것은 지난 94년. 한국통신원주전화국이 60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컴퓨터를 가르치는 ‘원로방’에 참여하면서 부터다. 
이후 이회장은 원주시와 원주우체국이 실시하는 컴퓨터 교육에 열성적으로 쫓아 다녔으며 배운내용은 그날 저녁 꼼꼼히 정리했다. 
이렇게 모인 화일이 5개나 되며 강의 내용이 이해가 안되면 서점을 찾아가 컴퓨터 관련 서적을 사서 공부하는 열의를 보였다. 
그의 집에 한쪽 켠에 나란히 꽂혀있는 50권의 책이 이회장이 얼마나 컴퓨터 공부를 열심히 했는지를 짐작케 한다. 
컴퓨터가 생활화 되면서 바뀐 것이 있다면 글을 많이 쓴다는 것. 수필, 기행문 그리고 하루의 일과를 정리한 일기등 이회장은 글쓰기를 무척이나 즐기고 있었다. 
2년전에는 홈페이지도 만들었었다. 나모웹에디터로 이런 저런 다양한 메뉴로 사이버에 띄웠지만 이내 삭제했다. 
“더 공부해서 더 잘 만들어야죠”라며 짤막하게 이유를 설명하는 이회장은 이제 가족 홈페이지 제작을 시도할 계획이다. 
포토샵에서 가족사진 스캔도 받고 합성도 해서 홈페이지 방문만으로도 가족 사랑이 절로 샘솟는 사이버 집을 만들고 싶다고 한다. 열심히 배운만큼 봉사도 많이한 이회장이다. 
원로방에서 회원들을 가르치거나 가톨릭종합사회복지관에서 3년동안 컴퓨터 기초반을 맡았다. 또 명륜종합사회복지관에서도 봉사를 했다. 
“야후 백과사전에 가서 시사용어나 내가 모르는 내용을 많이 배우게 돼요. 컴퓨터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있는 듯 합니다”라고 말하는 이회장은 그러나 요즘 눈이 자꾸 침침해 져서 걱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회장은 사이버 세상과의 만남을 계속 시도할 것이다.

<서연남 기자> ynseo@wonju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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