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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전담조사관 제도 도입 3개월…변화는?

남미영 기자l승인2024.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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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 "조사 일정 조율 등 지원업무 부담 여전"
원주서 3개월간 학교폭력 150건 접수…상당수는 조정으로 해결

교육부는 지난 3월 '학교폭력 전담조사관' 제도를 도입했다. 학교폭력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하고 외부 전문관을 통해 학교폭력 업무의 객관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이후 원주에서는 총 14명의 전담조사관이 위촉직 형태로 채용돼 원주교육지원청에 배치됐다. 전직 경찰, 교원을 비롯해 청소년전문가·상담가들로 꾸려졌다. 

제도가 도입된 3월 초부터 지난달 말까지 원주에서는 3개월간 총 150여 건의 학교폭력 사안이 접수됐다. 접수 건수로만 보면 주말을 제외하고 원주 초·중·고교에서는 매일 1일 2건이 넘는 학교폭력이 발생하고 있다. 
제도 도입 후 교사 등 기존 학교 자체적으로 해결하던 폭력 사건에는 14명의 전담조사관이 배치돼 사안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조사관이 사건을 배정받아 각 학교에서 피해·가해 학생, 학부모, 목격 학생 등을 대상으로 폭력 유무, 경위 등을 조사한다. 이어 조사 결과를 교내 학교폭력 전담기구에 보고하는 형태다.

교사, 악성민원에서 해방…반면 업무는 더 늘어 
학교폭력 전담조사관 제도 도입 4개월 차에 접어들며 학교 현장에서는 엇갈린 의견이 나온다. 악성 민원이 줄었다며 제도 도입을 긍정 평가하는 반면, 교사 다수에서는 조사관 제도 도입에 따른 업무가 더 늘었다는 평가가 혼재하고 있다.

단관초등학교 교사 A 씨는 "20여 년간 교사로 재직하며 가장 힘들었던 게 학교폭력으로 인한 학부모 민원이었다"며 "교사 업무는 여전히 많지만, 전문조사관이 조사를 대신하는 것만으로도 심리적인 부담이 상당 부분 덜어 졌다"라고 말했다. 
그는 "교사가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을 구분하는 데서부터 학부모 민원이 시작되는데 최근에는 외부전문가 조사 결과에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가 생겼다"고 했다. 

반면 체감 효과는 미미하고 오히려 제도 도입에 따른 업무 부담이 더 커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학교폭력 조사 일정 조율을 비롯해 초기 사안 파악, 학부모·학생 연락, 범죄전력 조회 등 여러 업무는 여전히 교사 몫이기 때문이다. 

원주의 한 중학교에서 3년째 학교폭력 대응 업무를 담당해온 B 교사는 "전담조사관은 말 그대로 '조사'만 맡고 조사 일정 조율은 여전히 교사가 다 맡고 있다"며 "조사가 이뤄질 때도 교사가 동석해야 할 일이 많아 교사의 업무가 줄었다기 보다 오히려 '조사관'이라는 상전이 한 명 더 생긴 격"이라고 말했다. 

학부모들의 문의나 민원에 시달리는 현실도 여전하다고 했다. B 씨는 "전담조사관이 생겼지만 학부모들은 여전히 학교폭력 신고 접수부터 심의 결과 전 과정을 일단 교사에게 연락해 확인하려 한다"며 "일부 학부모들은 조사관의 문제 해결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아 조사관 교체를 원하는 일도 있어 업무는 더 늘었다"고 현장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엇갈린다. 외부 조사관이 도입되며 학교폭력 사안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반면, 일부에서는 학교와 학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것이라는 시각도 많다. 
학부모 김설희(43) 씨는 "교사들이 사건이 일어나기 전 가해·피해 학생들의 관계나 사건 전체를 종합적으로 살피는 것과 달리, 외부 조사관은 사건에 대한 학생들의 주장만 정리하고 학생들의 심리 상태는 꼼꼼히 살피지 못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전담조사관 제도가 실제 학교 현장에 어떤 긍정적인 효과를 끼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교육당국, 조사 중립·공정성 강화·갈등 조정 지원
학교폭력 전담조사관 제도 도입 후 교육현장에서 이 같은 고충이 터져 나오자 원주교육지원청은 학교폭력 사안 대응방안을 1·2·3유형으로 세분화하고 각 학교가 선택하도록 했다. 

1유형은 전담조사관이 조사하고 결과보고서까지 작성하는 형태다. 2유형은 폭력 사안 조사는 기존대로 학교가 하고 결과보고서는 조사관이 작성해 제출한다. 3유형은 기존대로 학교가 사안 조사부터 결과보고까지 하는 형태다. 대다수 학교가 업무 가중에도 불구, 1유형을 선택하고 있다. 

권찬희 학교폭력담당 장학사는 "새로운 업무가 더 늘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교사들은 조사관을 통해 학교폭력 사안을 해결하려는 경향이 짙은 상황"이라며 "그만큼 사안 조사에 대한 부담이 컸던 것으로 해석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사관 제도가 도입됐다고 해서 일선 학교들이 학교폭력 업무에서 완전히 해방되는 것은 아니"라며 "앞으로도 조사관 제도는 일선 학교들과의 협력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제도 도입 후 석달 간 원주에서만 총 150여 건의 학교폭력이 접수됐다. 하지만 이 중 상당수는 학교폭력심의위원회 이전에 조정되거나 해결되는 경우도 있다. 여기에는 갈등전환지원단이 한 몫을 한다. 현재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은 교내 폭력이 심의, 행정심판, 행정소송 등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고자 조사 단계에서 갈등전환지원단을 적극 투입, 활용하고 있다.

상담가 등 전문가들이 피해·가해 학생의 상담을 통해 갈등을 해소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를 통해 원주에서도 3월부터 5월까지 접수된 사안 중 절반가량이 조정돼 심의 이전 단계에서 해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교육 당국은 학교폭력 전담조사관 제도의 장점을 극대화해 학교폭력 업무에서 교사 부담을 경감시켜나갈 예정이다. 

권찬희 장학사는 "조사관 제도가 도입되면서 오히려 일을 키우지 않고 학교 안에서 해결하려는 분위기가 생기기도 했다"라며 "제도가 도입된 지 얼마 안 된 만큼 학교와 협의해 학교 현장을 안정적으로 지원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남미영 기자  onlyjh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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