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특별자치도원주교육지원청 오흥일 예산팀장

어린이 통학버스는 색(色)다르다.

안전색채(安全色彩)로 주의를 표시하는 노란색 어린이 통학버스가 아이들의 승하차를 위해 정차할 때는 경고음과 함께 경광등이 번쩍인다. 이어 정지표시 장치가 펼쳐져 주변을 지나는 운전자를 멈칫하게 한다. '세림이법(2015년)', '민식이법(2020년)'을 기억하는 운전자라면, 감히 정차 중인 통학버스를 추월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어린이 통학버스'란 도로교통법 제2조에서 13세 미만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시설이 어린이의 통학 등에 이용하는 교육기관 운송사업용 차량으로 정의한다. 도로교통법 제52조 제3항은 '통학버스는 도색ㆍ표지, 보험, 소유 관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요건을 갖춰야 한다'고도 명시하고 있다. 

또한 어린이 통학차량은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에 맞춰 차량이 마련돼야 하고 운전자뿐 아니라 동승자, 운영자 모두가 법정 안전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이에 더해 정해진 주기(보통 1~2년)에 맞춰 교육 이수를 확인하는 안전점검 등 관련 규정이 촘촘하며 엄격하게 정해져 있다. 

하지만 어떻게 된 영문인지 어린이 통학차량 관련 사고나 스쿨존에서의 교통사고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이러한 소식을 접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비통함을 함께 하며 남은 유가족의 고통에 공감하는 것은 물론 가벼운 형사 처벌에 분노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과거가 그렇듯, 충격과 고통은 시간의 순작용에 힘입어 희미해져 가고 마는 현실이다. 

계속되는 어린이 교통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최첨단 교통 시설로 안전성을 높이고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예방을 위한 최선일까? 그렇다면 이미 여러 차례 법률을 개정했고 운전 기술은 자율주행까지 최신 기술로 발전했으니 어린이는 물론 학부모들도 통학 안전에 대한 걱정 없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어야 했다. 

불현듯 이런 생각들을 떠올린 이유는, 오늘 아침 스쿨존에 멈춰 차안대(遮眼帶)를 쓴 경주마처럼 스마트폰에 집중하며 보도를 질주하는 어린이의 얼굴이, 엊그제 통학 차량 안전점검에서 규정 위반 행위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어른들의 태연한 모습과 오버랩되었기 때문이다. 혹시 이렇게 무심하게 지나치는 수많은 징후가 '하인리히의 법칙'에서 1:29:300으로 설명하는 대형 사고의 징조는 아닐까?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의 안위에 대해 책임과 걱정이 많은 사람으로서 나는 '신이 인간에게 준 망각이라는 선물의 부작용'의 대응 방안으로 운전자들과 장차 운전자가 될 학생들에게 실효성 있는 안전 교육을 반복적으로 받을 수 있게 하는 시스템 구축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리고 논쟁의 여지가 없는 평범한 문장 '위대한 결과는 작은 관심에서 시작된다'를 떠올리면서 이러한 실오라기 같은 관심이 모여 튼튼한 동아줄로 엮이고, 결국 우리 지역의 안전을 담보하는 탄탄한 안전망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미 전국적인 출산율 저하와 열악한 교육 여건으로 강원도의 급격한 학생 감소는 예상을 뛰어넘는 참혹한 현실로 다가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들은 농촌 유학, 종일 돌봄 등 다양한 방안을 쏟아내며 인구 유입 정책에 적극적이다. 

하지만 인구 유입 정책 이전에 아이들의 통학 안전이 보장된다면, 학생들의 안전과 복지에 관한 관심이 꾸준히 지속된다면, 아이와 부모가 함께 즐기는 문화시설이 확충된다면 인구는 스스로 늘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부디 원주시가 아이를 낳아 편안하게 키우기 좋은 그런 평범하고도 안전한 도시가 되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