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미정 바르게살기운동원주시협의회 여성회장

지난달 원주에서는 그동안 볼 수 없던 특별한 봉사가 펼쳐졌다. 원주지역 경로당 467곳에서 일제히 자원봉사가 진행된 날이다.

봉사단체인 '봉주르원주'가 기존 단체에서 활동해 온 이불빨래 청소 봉사를 지역 전체로 확대해 최근 원주시가 '사방팔방 경로당 토탈케어'라는 원주만의 야심찬 봉사시스템을 만들었다. 자원봉사에 뜻을 모은 지역 기업과 기관, 개인 등이 각자 경로당 몇 곳을 전담해 정기적으로 청소해주고 빨래해주는 형태다. 그 첫 시작이 지난달 20일 경로당 467곳에서 동시다발로 펼쳐졌다. 

봉사가 있던 날 아침, 본인도 부랴부랴 마스크에 장갑을 챙겨 집을 나섰다. 이날은 경로당을 소독하고 공기청정기와 에어컨 필터를 교체해 드리기로 했다. 바르게살기운동원주시협의회는 이날 우리 마을 명륜1동 경로당을 맡았다. 경로당 10곳을 돌며 어르신들이 사용하는 화장실, 주방 등을 소독해 드리는 일이었다. 

2인 조로 움직이기에 협의회장님과 조끼를 챙겨 입고 충전된 방역 기계를 단단히 챙겨 우선 가까운 세경아파트 경로당으로 향했다. 관리사무소에 오늘의 방역작업을 미리 알리고 봉사를 시작했다. 그동안 마을 구석구석 수시로 돌아보고 챙긴다 했지만 이렇게 우리 마을 어르신들이 하루를 지내는 경로당을 찾아간 일은 드물었다. 

경로당마다 어르신들이 환영해주셨다. 어떤 곳은 "추우니 얼른 들어오라"며 손을 잡아주셨고 어떤 곳은 방역은 생각도 안하시고 "우선 앉으라"며 커피부터 내 주셨다. 찾아오는 젊은이(?)들이 반가우신 듯 했다. 어느 경로당은 할머님들만 계셨는데 점심 메뉴로 된장국을 만들고 있어 구수한 향이 입맛을 다시게 했고, 어느 아파트 경로당은 시범사업에 선정되어 화상으로 댄스도 배우고 있었고 또 다른 경로당은 옛날 건물로 계단이나 문턱이 많아 리모델링 계획이 있다는 말씀도 들었다. '우리 마을 어르신들이 이렇게 하루를 지내시는구나' 새롭게 알게 됐다. 

그분들의 평범한 일상 이야기를 들으며 손잡이마다, 구석진 곳마다 방역 기계를 열심히 돌렸다. 가끔 건강하던 어르신들이 코로나, 감기 합병증으로 돌아가시는 일들을 기억하며 어르신들의 손닿는 곳마다, 앉는 곳마다 빠득빠득 열심히 닦았다.

그 시간 다른 읍면동 경로당에서는 필터 청소가 한창이라는 소식이 들려 왔다. 경로당이 마련돼 있기는 하지만 모두 어르신들이라 에어컨과 공기청정기 필터까지는 챙기시지 못해 대부분이 먼지가 덕지덕지한 채로 사용 중이라 하셨다. 이날 사방팔방 경로당 토탈케어팀은 필터를 깨끗하게 청소하고, 일부는 새 것으로 교체해드리며 어르신들에게 깨끗한 환경을 조성해 드렸다. 

참으로 뜻깊은 날이었다. 
여러 차례 봉사를 해 봤지만 여러 사람이 같은 시간, 같은 마음으로 봉사의 좋은 기운을 나눈다는 것은 또 다른 경험이었다. 바라기는 이번 사방팔방 경로당 토탈케어가 이름만큼이나 어르신들의 어려움 전체를 돌봐드리는 계기가 되고 그래서 전국에서도 으뜸가는 활동이 되기를 바란다. 
"봉사했더니 뿌듯하다"라는 봉사자들만의 만족에서 그치지 않고, 봉사자들을 통해 정말 우리 마을의 어르신들이 좀 더 편해지고, 살기 좋아지고, 삶에 활력을 되찾는 그런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