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현주 와쿠와쿠코리아 대표

우리나라의 대형여행사들도 배리어프리 여행에 관심을 갖고 패키지 상품을 만들었으면 한다.

어느 날 거래처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사회복지사들이 휠체어를 탄 장애인 5명과 함께 후쿠오카 여행을 떠나려는데 견적을 내달라는 요청이었다.

일전에 장애인 2명이 포함된 가족여행 견적을 해 본 적이 있기에 "시간을 조금만 달라" 이야기하고 일본 사이트 검색을 시작했다. 여러 시설에서 잘 만들어 놓은 배리어프리가 검색되었다. 누가 봐도 한눈에 알아보기 쉽게 잘 정리된 템플릿이 많아 일정을 짜는 건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숙소였다. 지금은 호텔마다 휠체어 장애인을 위해 배리어프리 객실을 의무적으로 갖추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 한 두 명을 동반한 소규모 인원은 문제없지만 장애인 고객이 여럿일 때는 한계가 생긴다. 이번에는 휠체어 장애인만 다섯 명. 

호텔에서 근무하는 지인과 이야기해보니 우리나라 관광 숙박 시설은 총 객실 수와 상관없이 최소 1%의 객실을 장애인용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거의 공실로 남아있다며 씁쓸한 여운을 남겼다. 휠체어를 탄 대부분의 고객들은 보호자 동행이 많아 그냥 일반 객실에 숙박한다는 것이었다. 지인의 조언을 참고해 유니버설(Universal) 객실을 갖추고 있는 호텔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유니버설 객실: 모든 고객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유니버설 디자인으로 설계된 객실. 휠체어를 사용하는 고객을 포함한다.)

일본의 한 호텔은 100개의 객실이 휠체어 손님을 받을 수 있는 유니버설 룸을 갖추고 있었다. 홈페이지에 휠체어 고객이 이용하기 쉽다는 내용이 매우 구체적으로 설명되어 있었다. 1층 입구 자동문 폭, 엘리베이터 폭, 프런트의 카운터 높이, 식당·객실 입구 폭, 뷔페 대·테이블 높이, 샤워실과 화장실 타올 대의 높이, 샤워 수전 높이 등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었고 불편함이 없다는 설명이 사진과 함께 평면도에 표기되어 있었다.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을 즐기고 싶은 욕구는 보편적이다. 그러나 장애인 여행은 제약요인이 많다. 2018년 '장애인 삶 패널조사'에 따르면 장애인의 국내 여행 경험률은 21.3%에 그쳤다. 해외여행 경험률은 6%에 불과하며, 무엇보다 여행한 적이 없다고 대답한 장애인은 전체의 75%에 달했다고 한다. 유니버설 디자인이란 성별, 연령, 국적, 문화적 배경, 장애의 유무와 상관없이 누구나 손쉽게 쓸 수 있는 제품 및 사용 환경을 만드는 디자인을 뜻한다. 장애인의 이동권과 접근성을 향상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의 기사들이 눈에 띈다. 하지만 우리나라 포털 사이트에서 장애인 여행을 검색하면 ESG 경영 확산 트렌드에 맞춰 어느 특정 기관의 스팟성 홍보 정도가 검색되고, 그 구성은 극히 제한적이다. 

옆 나라 일본을 보면 HIS나 락텐 트래블 등 대형여행사에서 패키지로 만들어 놓은 상품이 있다. 또 유니버설 객실에 대한 정보도 얻기 쉬우며, 택시 또한 리프트를 이용할 수 있는 택시 회사가 검색된다. 우리나라의 대형여행사들도 배리어프리 여행에 관심을 갖고 패키지 상품을 만들었으면 한다.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는 헌법적 가치를 실천하는 작은 노력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