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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담긴 공간의 기록

공간에 대한 애정을 갖고 오랜 시간을 들여 얽힌 것을 천천히 풀어나가야 할 것…얽힌 실타래의 한 끝을 잡고 중앙시장에서 이곳 사람들의 삶 속에 담긴 아름다움을 업사이클 해보는 전시로 첫 걸음 한미영 서양화가l승인2023.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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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간의 힘은 그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과 스토리에서 나온다고 한다. 
원주의 중심에서 반 백년의 역사를 지닌 '중앙시장'과 그 자리를 지켜온 원주시민들의 삶의 터전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오래된 시간을 담고 있는 낡은 공간에서 미래를 보여주고자 하는 전시를 기획하며 낡고 오래된 원주의 공간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중앙시장은 1965년에 만들어진 첫 상설시장으로서 원주시민들의 의식(衣食)을 해결해주는 시장으로 번창하였으나, 2019년 1월 나동 신발가게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점포 40곳이 소실되는 큰 상처를 지닌 채 복구되지 못하고 지금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원주시와 중앙시장 건물주, 임차 상인들의 서로 다른 수많은 입장과 상황, 조건들의 복잡한 얽힘이 그대로 남아 진행되고 있다. 더 나아가 이제 고령이 되신 상인들은 폐업과 임대로 중앙시장에서 한 걸음 물러나시고 어두운 골목 빈 가게들은 임대 명찰을 달고 새로운 주인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세월의 흐름 속에서 도시가 쇠락해지고 사람의 발길이 줄어드는 것은 중앙시장뿐만이 아니라 원주 구도심 지역 모두 안고 있는 문제이며 현상이다.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것도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공간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오랜 시간을 들여 얽힌 것을 천천히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얽힌 실타래의 한 끝을 잡고 중앙시장에서 이곳 사람들의 삶 속에 담긴 아름다움을 업사이클 해보는 전시로 그 시작의 한 걸음을 내딛게 되었다.

 공간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동안 필요에 의해 다양한 형태로 지속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원주도 지금 현재 부수고 털고 다시 짓는 과정이 계속되고 있으나 멈춰서 돌아보면 새로 지은 건물이든 오래된 낡은 건물이든 활기가 없는 고요한 공간들이 의외로 많이 있다.

 특히 그 공간에 사람은 있으나 오고 가는 사람들이 없고 소통과 교류가 이루어지지 않은 문화적 공간들이 한적하게 정지된 듯 자리 잡고 있다. 복합문화공간은 많아졌지만, 활력이 부족하고 지역에 따른 격차가 크다.

 사람들은 집과 학교, 일터를 벗어나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려 교류하고 소통하며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제3의 공간을 필요로 하고, 다양한 세대와 계층이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또 다른 공간을 만나고 싶어 한다. 그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역할은 거창하고 번듯하게 새로 지은 건물이 아니라 우리의 추억이 겹겹이 쌓여있는 나이든 작은 공간들도 가능하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오래된 공간들의 먼지를 털고 그 속에 담긴 스토리를 하나하나 꺼내 보며 문화예술공간으로 함께 다듬어가면서 원주를 문화도시로 만들어갔으면 한다.

 

▲ 지난 9일부터 20일까지 중앙시장 가동 12호 현대양품과 21호 대도양품에서 개최된 '시간이 담긴 공간의 기록-중앙시장 展'. 회화작품과 사진 전시, 신문스크랩 전시 등이 진행됐다.

 중앙시장의 빈 상가들의 공간 활용을 시작으로 어두운 시장 골목에 불을 밝히며 사람들과 만나기 위한 문을 열었다. 이제 원주에 대한 확장된 추억의 공유와 소통을 통해 원주 구석구석 의미가 있는 오래된 공간들의 가치를 찾아 나가며 현재의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 미래의 방향성을 모색하고, 세대를 넘어 연대의식을 가지고 우리의 공간을 함께 만들어가길 바란다. 


한미영 서양화가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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