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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과 함께 다시 만들어 가는 장수마을 봉산

봉산동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이 모여 사업계획이 만들어졌고, 관련 기관에 전달된 뒤 계획이 통과됐다. 기쁜 순간을 넘어갈 수 없어 주민설명회가 열렸고,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고 알렸다. 강성원 원주시도시재생지원센터 센터장l승인2023.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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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의 존재감이 은은하게 풍기기 시작한 올해 3월, 중앙선 철도 건널목 너머 언덕배기로 향하는 마을의 중턱에서 본 봉산동 마을은 반세기 철로의 흔적을 열심히 지워내기 시작하고 있었다.

 설레는 계절의 변화를 준비하는 모습의 반대편에서는 슬레이트 지붕, 제때 수리하지 못해 붕괴 위험의 노후 주택, 토사가 덮칠 위험성이 보이는 주택가, 상당수의 집 외부의 재래식 화장실, 비어 있는 공 폐가가 눈에 띄었다.

 집 앞 좁은 골목에 각자 챙겨오신 간이 의자를 놓고 앉아 담소를 나누시던 15통, 17통 마을의 어르신들은 마을에서의 불편한 점에 대해 묻는 우리에게 살고있는 집의 노후화로 인한 불편함을 손꼽아 말씀하셨다.

 이미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했던 우물마을 봉산동과는 같은 동이지만 또 다른 삶의 형태를 지닌 마을이라는 첫인상이 각인되었다.

 마을의 상당수 주택은 적어도 50년 전부터 '최약방'이라고 불리던 마음씨 좋은 한 한의사의 땅에 무상으로 집을 지어 지금까지 자리를 지켜온 무허가주택이다. 또한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국비나 지방비의 지원을 받아 노후화된 집을 수리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고, 15통 철길 윗동네는 좁은 골목길과 담장, 주택 붕괴 위험으로 하수도 공급공사나, 도시가스 보급신청도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했다는 점도 봉산동 철길 인근 마을 변화에 장애물이 될 것만 같았다.

 하지만, 거주하시는 분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편하게, 조금이나마 안전하고 즐겁게 사실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을 하는 우리에게는 주민에게 진짜 체감되는 방향으로 마을을 가꾸어 가야겠다는 근원적인 가치와 목표의 표지판이 되어 취약계층의 비율이 높은 지역의 무허가주택에 대한 집수리 지원과 정주여건 개선, 안전 확보 등의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도시재생사업의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에서 추진하는 '도시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사업' 공모에 첫 도전을 해보는 것으로 청색불을 밝혀보기로 하였다. 

 4월부터 젊은이 2∼4명이 짝을 지어 우리 마을을 가가호호 다니면서 사진도 찍고, 집도 구경하면서 어르신들에게 말을 걸었다. 여러 날 꽤 많은 집을 돌아다니면서 사시는 데 불편이 없는지, 뭐가 들어오면 마을이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바뀔 것인지 자꾸 물어보곤 했다. 어르신들은 아 쟤들이 학생들인가, 뭘 조사하러 다니는 사람들인가 궁금해하셨다.

 맑은 5월 어느 날 봉산동 행정복지센터 3층으로 마을 어르신들의 발걸음이 옮겨졌다. 뭔지는 모르지만, 통장이 모이라 하니 심심하던 차에 잘 되었다는 얼굴로 삼삼오오 노구를 이끌고 오셨다. 주민설명회라는 플래카드가 이들을 반기고 웬 젊은이 하나가 침을 튀겨 가며 뭔가를 부르짖었다. 자세히 들어 보았더니 봉산동 우리 마을을 살기 편안한 곳으로 바꾸는데 필요한 목표를 정했단다. "살맛 나는 공동체에서 누리는 편안한 노후생활"이 목표라면서 같이해보자고 으쌰으쌰 기운을 북 돋우었다. 

 주민설명회는 꿈을 꾼다. 봉산동이 꿈을 꾼다. '쾌적하고 안전한 우리 골목, 편안한 우리 집, 함께 돌보는 우리 마을공동체, 배워서 나누는 장수마을' 이 꿈들이 좋은 줄은 알지만 정말 꿈같은 얘기들이다. 누군가 이런 말을 했던 기억이 있다. 계획을 잘 세우고 실행하면 단순히 꿈이 아닌 현실이 될 수도 있다고. 꿈만 꾸게 하고 주민설명회는 막을 내렸다.

 봉산동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들이 모여 사업계획이 만들어졌고, 원주시에, 강원도에, 국토교통부에 전달되었다. 앗싸! 서류는 통과, 이 기쁜 순간을 그냥 넘어갈 수가 없어 한 번 더 주민설명회가 열렸고, 이제 우리 마을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고 즐겁게 알렸다.

 6월에 강원도에서 먼저 사전점검을 하러 오고, 참으로 깐깐한 국토교통부 평가위원이 다녀갔다. 마침내 7월 국토교통부에서 예산을 줄 테니 사업을 제대로 준비해서 한번 해보라고 허락하였다. 그 어려운 사업에 단번에 선정된 것이다. 이 소식은 마을 곳곳에 붙은 플래카드가 먼저 알렸다.

 8월에 사업 선정을 축하하고, 이제부터 사업을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는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모인 주민들은 우리 집은 뭐가 필요하다. 골목에는 이것을 해 달라, 저것을 해 달라 말씀들이 많으시다. 다 해 드리려면 정신 바짝 차리고 준비를 잘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진다.

 본 사업은 2024년부터 2028년까지 5년 동안 진행되며, 국비를 받아 사업의 첫 삽을 뜨는 것은 2024년부터다. 내년에는 우선 주민협의회부터 운영해 보자. 주민협의회를 통해 우리 마을 쓰레기를 제때 처리하기 위한 공동분리수거장부터 설치하자. 그다음에는 봉산학당 운영, 공·폐가 철거, 골목쉼터 조성, 마을회관 부지 확보, 빈집 리모델링으로 마을목공소 만들기, 공동텃밭 조성 등 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다. 주민들 스스로 하기 어려운 일은 우리가 솔선수범의 기치 아래 지원해 드려야겠다. 그들의 삶이 바뀌는 그 날까지, 그들이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 그때까지.   

 치악산 바람길숲이 봉산동 우리 동네 앞을 지나간다. 바람길숲 봉산동 구간은 주민들의 거주지와 인접하여 주민들이 마을 외부로, 마을 내에서 이동하는 공간이다. 이 공간에 지친 발걸음을 잠시 쉬게 하고 거친 숨을 들이면서 이웃과 담소를 나눌 수 있는 문화쉼터를 만들었으면…. 더불어 바람길숲 진입로와 곧게 뻗은 길, 경사면 일부를 철길 스토리를 알리는 문화적 공간으로 변화시켜 주민들이 더불어 살고 싶은 바람길숲 미술관을 만들었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강성원 원주시도시재생지원센터 센터장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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