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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인증, '과정중심'으로 전환해야

불가항력적인 요인으로 친환경 농민들을 예비 범죄자 취급하는 현행 인증체계의 한계에 대한 대안 마련을 위한 논의와 제안은 오래전부터 활발히 제기돼 왔다 이규옥 신림면 용암1리 농민l승인2023.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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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재난 시대에 친환경농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나 현실은 정반대로 친환경농업이 쇠퇴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특히 친환경인증 과정상 불가항력적인 농약 혼입과 검출로 인한 인증취소 및 친환경농업 포기 사례가 적지 않고 이는 친환경농업의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기에 친환경농업의 유지 및 확산이라는 관점에서 적절한 대안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무농약이나 유기농법으로 친환경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들은 인증기관으로부터 매년 인증을 받아야만 한다. 종자 확보에서부터 못자리와 정식 및 재배 그리고 수확 후 판매에 이르는 일년 간 영농 전 과정을 영농일지에 꼼꼼하게 기록해야 하며, 또한 영농의 결과물인 농작물에서 농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아야 한다. 

 검사 결과 농약잔류 허용기준 이상이 검출되면 인증이 취소되고 잔류 허용 기준 이하라도 시정조치 명령 등의 처분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농민의 고령화로 인한 친환경 인증의 포기, 고의로 농약을 살포하거나 실수로 비산되어 검출된 농약으로 인증이 취소되는 경우는 크게 문제 삼을 수는 없다. 본인의 무의지와 책임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불가항력적인 원인으로 작물에서 잔류농약이 검출되어 인증이 취소되는 경우이며, 더 큰 문제는 이런 사례가 적지 않으며 벼수확을 눈앞에 둔 지금도 발생하고 있다는 데 있다. 좋은 예가 있다. 지역에서 이십 년 가깝게 무농약, 유기 인증을 받고 친환경농업을 해 온 농민이 한 달쯤 전에 올해 인증 갱신을 하는 과정에서 잔류 농약 검사를 한 결과 살균제 성분의 농약이 검출되었다. 본인은 절대로 농약을 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가만히 않아서 인증취소를 당하기에는 너무나 억울해서 정신을 차리고 주변 필지를 탐문해 보니, 잔류농약검사를 위해 기관에서 시료를 채취해 가기 바로 며칠 전에 인근 필지에 드론 항공방제를 실시한 사실이 있었고 같은 성분의 농약을 살포했음을 확인하고 이를 소명하고 있다. 

 인증취소 처분을 받게되면 처분과 동시에 당사자인 농민은 곧바로 범법자로 낙인 찍히며 그가 지금껏 소중하게 지켜온 자존감은 붕괴되어 친환경농업을 이내 단념하고 포기하게 된다. 생명농업을 평생의 가치와 철학으로 삼았던 긍지와 자부심이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부정당하기 때문이다. 

 위의 사례는 농약이 혼입된 과정을 확인하고 입증할 수 있었던 다행스런 경우지만 사실 이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 '나는 농약을 치지 않았다'고 하는 신앙고백 외에 일개 농민이 무슨 수로 농약 혼입의 원인을 찾고 규명하고 입증을 한단 말인가? 불가항력적인 위해요소의 관리와 책임의 주체는 농민 개인이 아니라 국가다! 입증책임은 오히려 국가가 부담해야만 한다. 

 매년 일 년에 한 차례씩 불가항력적 요인으로 친환경 농민들을 예비 범죄자 취급하는 현행 인증제도 중에서 특히 농약이 검출되었느냐 아니냐 그 결과를 중심으로 인증여부를 결정하는 현행 인증체계의 한계에 대한 대안 마련을 위한 논의와 제안은 이미 오래전부터 활발히 제기되어 왔다. 

 결과중심 인증에서 과정중심 인증체계로 전환하자는 것인데 '자주인증' 혹은 '참여인증'이라는 이름으로 한 살림이나 두레 등 생활협동조합과 우리농산물살리기 운동본부 등과 같은 단체에서 이미 실행하고 있기도 하다. 말하자면 농산물을 생산하는 생산자와 소비자 그리고 관련 이해관계자들이 직접 친환경농업의 표준과 원칙을 정하고 그 검증 절차에도 함께 참여하는 체계이다.

 이렇게 되면 인증검증과정에서 생산자의 농사철학이나 농법을 자세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며 만약 어떤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생산자와 소비자 그리고 관련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원인을 찾고 표준과 원칙에 따라서 해법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기준을 정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전과정을 함께하면서 소비자는 생산자에 대한 신뢰와 믿음으로 편익이 증대될 것이며, 생산자는 불가항력적 인증취소의 불안감에서 벗어나 본인이 뜻한 친환경농업에 대한 의욕이 고취되는 등 동기부여로 농업환경보전과 지속가능한 농업의 확산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하루속히 과정 중심 인증체계로 법과 제도가 개선되고 보완되기를 기대한다.


이규옥 신림면 용암1리 농민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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