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형·주조·표면처리 업체 없어 경기도 들날락
그나마 있는 업체도 폐차장 등 비전문적인 곳
뿌리 생태계 갖춰야 첨단산업 육성 수월할 듯 

원주엔 약 190개의 의료기기 업체가 있다. 이들은 지난해 전국 의료기기 생산량의 5.9%, 수출량의 7.6%를 담당했다. 그런데 원주 업체 중 정부로부터 혁신형 의료기기 기업으로 지정된 곳은 단 하나뿐이었다. 원주시는 산업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의료기기 산업을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자동차부품산업도 마찬가지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앞으로 8년 후면 국내 내연기관 부품업체의 30%가 폐업할 것으로 전망된다.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 시대가 열리면서 기존 내연기관 부품 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든 것. 원주시는 우리 자동차부품 산업이 첨단산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디지털융합 자동차부품 혁신지원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그런데 디지털 헬스케어든 자율주행차든 눈에 보이는 제품이 있어야 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제품 생산에 필수적인 뿌리산업 생태계가 갖춰져야 한다. 뿌리산업이란 주조, 금형, 소성가공, 용접, 표면처리, 열처리 등의 기술을 활용해 사업을 영위하는 6대 업종을 말한다.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에 의하면 전국 뿌리 기업(3만553개·2021년)은 수도권(51.3%)에 가장 많이 분포되어 있다. 특히 경기도에만 1만428개의 업체가 소재하고 있다. 반면에 원주 뿌리 사업체는 137개로 전국 사업체의 0.4% 수준이다. 이마저도 폐차장 등 비전문적인 곳이 다수다.

사정이 이러니 우리 지역 업체들은 경기도를 들락날락하고 있다. 온전한 뿌리산업 생태계가 갖춰져 있지 않으니 생산비는 물론 연구비, 물류비 등의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A업체 대표는 "의료기기 금형 틀을 한 번 주문할 때마다 수천만 원이 드는데 이보다 더 아까운 것은 원주에서 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경기도와 원주를 오가다 보니 길 위에서 버리는 시간과 돈이 어마어마하다"고 말했다.

또한 "원주가 대기업 반도체공장 유치에 힘쓰고 있지만 뿌리산업 생태계가 갖춰져 있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 될 것"이라며 "금형, 주조, 표면처리 기업 없이 첨단산업을 육성한다는 말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한편, 우산동에 있는 강원도경제진흥원에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산하 원주뿌리기술지원센터가 입주해 있다. 이곳에 가면 플라스틱 사출성형기, 주사전자현미경, 복합 금속 3D 프린터와 같은 첨단 장비를 활용할 수 있다. 제품 불량개선, 고도화, 시제품 제작 등 기술 개발에 필요한 지원도 받을 수 있다. 원주뿌리기술지원센터의 지난해 기업지원 실적은 391건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