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보는 우리 마을은 어떤 모습일까? 원주의 자연마을들을 드론으로 촬영해 각 마을들이 어떻게 형성돼 있는지 살펴보고, 마을 이름에 담긴 역사적 유래와 마을 역사들을 소개한다. 

 또한, 마을 영상을 유튜브 '원주투데이/원주방송' 채널을 통해 제공한다. 

▲ 흥업면 매지리 분지동마을 전경.(이 사진은 허가를 받아 촬영하였습니다)

 

 흥업면 매지리 '분지동(芬芝洞)'은 '분지울'이라고도 불리는 마을이다. 역사 속에 원주의 특산품으로 조정에 진상되던 지초를 많이 생산하여 명성이 자자했던 마을이다. 분지(芬芝)는 좋은 명성 분(芬)과 지초 지(芝)가 합쳐진 이름이다.

 19번 국도 충주 방향으로 가다가 매지저수지 직전 왼쪽 백운산 자락에 자리 잡은 무수막(無愁幕-조선 말기 천주교 박해 때 신도들이 몰래 들어와 물가에 막을 짓고 살았다)마을로 들어서 산속으로 난 길로 700여 미터쯤 들어가면 아늑한 숲속 마을 분지동(芬芝洞)이다. 마을 안쪽 산 능선을 넘으면 바로 서곡 용수골이다.

 마을이 산속에 있어 골짜기들이 많은데 우재나무골, 동과나무골, 배나무골, 구렁덩이골, 매봉재골, 송지골, 남산골, 둔덕이골 등 골짜기마다 옹기종기 집들이 들어서 있다. 근래 둔덕이골 넘어 남산골에 택지가 조성되어 새롭게 마을이 형성되어 있는데 '약사마을'이다.

 마을 동편 비탈에 '매산관광농원'이 있다.  매산농원으로 향하는 소나무 숲길을 조금 오르다 보면 오른편에 비석군(碑石群)이 보이고 안쪽으로 사당이 있는데, 조선시대 대사헌을 지냈고, 시와 초서로 유명했던 매산(梅山) 이하진(李夏鎭, 1628~1682)을 비롯한 후손의 위패를 모신 '매산사(梅山祠)'다. 성호(星湖) 이익(李瀷, 1681~1763)이 그의 아들이다. 

 매산재를 지나 경사진 산을 오르면 이하진을 비롯한 그 후손들을 모신 넓은 묘역이 나타난다. 이 묘역에는 '당대 제일의 천재', '수학과 천문학에 능통'했으며 정조(正祖)가 '정학사(貞學士)'로 호칭하며 아끼던 금대(錦帶) 이가환(李家煥, 1742~1801)의 묘도 있다.

 지금 분지울에는 조선시대 진상되던 지초가 얼마나 자라고 있는지 마을 이장을 통해 확인했지만 알 길이 없고, 마을 곳곳에 자라서 채취하는 사람도 있을 법 하지만 없는 것 같다. 「세종실록지리지(世宗實錄地理志」에 원주에서 조정에 바치던 특산품에 '지초(芝草)'가 기록되어 있다. 지초는 뿌리가 자색(紫色)의 염료로 쓰이는 식물로 왕실의 의복 염색에 쓰였다. 왕실에서 자색은 권위를 상징하게 되어 왕복이나 높은 신분의 사람이 입는 옷에 사용했다. 고구려·백제·신라 모두 품위(品位)를 색으로 제도화하였는데 역시 자색이 최상위의 색이었다

 고려시대에는 염색 기술이 발달하여 자색은 대외교역물이 되었고, 상위의 왕과 군인, 승려 등으로 사용이 제한되었다. 말기에는 염재난(染材難)이 극심하여 관리하던 부서에서 일 년분을 비축하여야 했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궐내에서 쓰이는 용도 이외에는 사용이 엄격히 제한했던 염료였다.

 지초(芝草)가 염료로도 쓰였지만 공자가어(孔子家語)에 보면 '與善人居(여선인거) 如入芝蘭之室(여입지란지실), 久而不聞其香(구이불문기향) 則與之化矣(즉여지화의)'
'착한 사람과 함께하면 마치 지초와 난초가 있는 방에 들어간 것과 같아서, 처음엔 향기롭다가 오래되면 그 향을 맡지 못하게 되니 이미 그에 동화되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초가 많아 향기 그윽하다는 마을 지명이지만, 사람들은 그 향기도 잊고, 염료도 잊은듯하여 아쉽기만 하다.
 

 ※이 콘텐츠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이동진 시민기자(전 원주역사박물관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