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보는 우리 마을은 어떤 모습일까? 원주의 자연마을들을 드론으로 촬영해 각 마을들이 어떻게 형성돼 있는지 살펴보고, 마을 이름에 담긴 역사적 유래와 마을 역사들을 소개한다. 

 또한, 마을 영상을 유튜브 '원주투데이/원주방송' 채널을 통해 제공한다. 

 

▲ 흥업면 회촌마을 전경. (이 사진은 허가를 받아 촬영하였습니다)

 원주에서 충주 방향으로 가다보면 우측으로 연세대 미래캠퍼스가 매지호수 위로 비치듯 보인다. 연세대를 지나 큰 양안치(대치)를 오르는 옛길로 접어든 뒤 옛길 초입에서 왼쪽으로 500여 미터 올라가면. 농악패 조형물이 방문자를 맞는다. 이곳부터 회촌(檜村) 마을이다.

 원래 마을 이름은 전나무가 많아 '전어치'라 불렸는데 일제강점기 이를 한자로 적어 '회촌(檜-전나무 회 村-마을 촌)'이 되었다. 이 마을은 백운산 자락 '큰드렁골'을 따라 길게 형성돼 있다.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지만 남다른 자랑을 가진 곳이다. 강원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매지농악보존회(梅之農樂保存會)'와 소설 '토지(土地)'의 작가 박경리(朴景利, 1926~2008) 선생이 마지막까지 기거했던 곳으로 국내·외 문인들의 창작지원 공간인 '토지문화관(土地文化館)'이 그것이다.

 회촌의 매지농악은 옛날부터 이 지역 주민들이 신앙시 하던 서낭당에 "백운산 성황 지신위"라고 쓴 위패와 부부 신을 그린 탱화를 함께 모시고 매년 단옷날에 산신제를 지냈는데, 이날에는 모든 주민이 다 참여하여 축문을 통해 마을의 안녕과 신의 위엄을 기렸으며, 이때 함께 이뤄졌던 굿이 오늘날 매지농악의 뿌리라고 한다. 이후 농악은 농사철에는 두레 농악, 명절 때는 오락으로, 동제 때는 축원농악으로 전승해 왔으며, 현재는 두레 농악이 주를 이루며 전승되고 있다. 

 '매지농악'은 1971년 원주 군도제 농악부 우승을 시작으로 강원도 민속경연대회 우승 등 다양한 경연대회에 출전해 우승했고, 2005년 전주 대사습 전국대회 농악부문 국무총리상을 수상하는 데 힘입어, 2006년 강원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젊은 단원으로 세대교체를 통해 일본, 동남아, 미국 등 여러 나라에 초청공연을 다닐 만큼 역량이 뛰어난 농악단이다. 마을회관 뒤편에 지은 전수관에서는 공연이 없는 날 땀 흘리며 연습하는 단원들을 만날 수 있다.

 오봉산자락에 자리 잡은 '토지문화관(土地文化館)'은 회의실·도서관·식당 등이 있는 본관과 집필 공간으로 제공되는 매지사(梅芝舍)·귀래관(貴來館) 등 3개 동으로 이뤄져 있다. 단구동에 있던 고인의 옛집이 개발되자 보상비에다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지원(4억 원)을 받아 이곳에 터를 잡았다.

 주로 문인·문화예술인 창작 집필실 운영 지원과 토요 문학 강좌가 이뤄지고 있는데, 특히 창작 집필 지원은 고인이 필생의 숙원처럼 생각하던 일이었다고 한다. 문인들이 아늑하고 편안한 공간에서 숙식 걱정 없이 글쓰기에만 전념할 수 있게 해준다는 기치 아래 1999년 문을 연 뒤, 나희덕·김선우·박범신·윤대녕·은희경·백가흠 씨 등 '신세 진' 시인·소설가가 수백 명이 넘는다고 한다.

 '한국문화와 정서를 작품을 통해 자국에 소개토록 한다.'는 조건으로 외국의 문인과 재외동포 문인에게도 개방했다. 문인 외에도 김민기(연극)·김도경(회화)·이광모(영화)·김미선(음악) 등 다양한 문화예술인이 토지문화관 품에 머물렀다. 

 큰 양 안치 고갯마루에서 마을을 내려다보는 산기슭을 따라 잘 만들어진 임도 '원주 굽잇길(회촌숲길)'은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숲속으로 난 길을 따라 걸을 수 있는 곳이다. 길을 걷고 마을로 내려오면 매지 농악에서 운영하는 문화재청 '생생사업'인 생기 복덕 사업(절기마다 이뤄지는 행사)을 만나 체험을 할 수 있고, 때를 맞춰 달맞이 축제, 단오 축제, 옥수수·김장 축제 때 함께 할 수 있는 멋진 기회도 얻을 수 있다. 행사에 쓰이는 재료들은 모두 마을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이 사용되고 있다. 

 토지문화관의 '박경리 뮤지엄'에 들려 선생의 소소한 작품과 삶, 그리고 생전의 육성을 들을 수 있는 마을,  회촌(檜村-전어치)은 전통의 황톳빛 가락 농악(農樂)을 품고, 국내·외 작가들의 창작문학 산실(産室)인 토지문화관이 둥지를 틀고 있다.
 

 ※이 콘텐츠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이동진 시민기자(전 원주역사박물관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