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창묵 시장은 올해부터 벼 건조비 지원을 하지 않을 것이라 밝혔다. 사진은 원주시농업기술센터.

원창묵 시장, 부론면이장협의회 간담회서 언급
농업인들 "코로나로 힘든데 지원 사업까지 폐지"

원창묵 시장이 "더 이상 벼 건조비 지원 예산을 투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14일 열린 부론면이장협의회와의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한 것. 원주시가 건조비 지원사업을 시작한 지 4년 만이다. 

지역 농협이 농민으로부터 벼를 수매하면 이를 저온 상태에서 건조·저장해야 한다. 원주시는 4년 전부터 지난해까지 벼 건조비 일부를 지원했다. 2017년에 쌀값이 폭락하고 호저농산(벼 수매처)마저 폐업하자 농업인 보호 차원에서 지원을 시작한 것. 당시엔 영월과 홍천에서도 벼 건조비를 지원해, 원주시가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명분이 충분했다. 

그러나 차츰 쌀값이 오르고 최근에는 공익형 직불제까지 도입되면서 농가소득이 이전보단 향상됐다. 게다가 건조비 지원을 하던 지자체들도 몇 해 전부터 사업을 폐지해 지금은 원주시 홀로 추진하는 사업이 돼버렸다. 이에 원주시는 올해 본예산에 관련 예산을 반영하지 않았다. 

원 시장도 더 이상의 지원은 어렵다고 못을 박았다. 그는 지난 14일 부론면이장협의회와의 간담회에서 "원주시가 지방채를 발행하는 가운데, 빚을 내가면서 건조비까지 지원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시군에선 다 주는데 원주시만 안 준다면 사기 진작 차원에서라도 주는 것이 맞다"라고 말한 원 시장은 "원래 건조비는 딱 한 번 지급할 계획이었는데 백은이 (전) 소장이 사정해 지난해까지 지원한 것"이라며 "다른 시군에서도 지원하는 곳이 없고 올해는 농민수당까지 지급해 건조비 지원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건조비 예산 삭감이 지속 사업을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이전대로 원상 복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농업인들이 원 시장의 결정에 순순히 따를지는 미지수다. 농민들은 올해 초부터 건조비 사업 폐지를 두고 원주시를 강하게 비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농가소득이 줄었는데 건조비 지원까지 없애 항의하고 있는 것.

심지어 A농업인 단체는 원주시농업기술센터를 비롯해 시내 곳곳에 관련 현수막을 내걸었다. A단체 관계자는 "원주 농업인 전체를 지원해 봤자 전체 10억 원도 안 된다"라며 "갈수록 농촌 현실이 팍팍해지는데 원주시가 농민을 벼락으로 내모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