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3일 강원인권사무소가 개최한 '생활편의시설에서의 장애인 접근성 증진 방안 토론회'.

강원도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과 페럴림픽 개최를 앞두고 장애인 편의성 개선을 위한 접근성 개선사업을 추진했다. 주출입구와 높이를 제거하는 경사로 제거, 자동문 및 길 안내를 위한 점자블록 설치 등 민간시설 529개소를 대상으로 개선사업을 진행했다. 이후 2019년 100개소, 2020년 200개소, 2021년 133개소에 대한 편의시설 개보수를 진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장애인 당사자들은 개선된 환경을 체감하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휠체어에 앉은 장애인들은 여전히 높은 진입 장벽을 호소하고 있다. 민간시설은 물론 공공기관인 행정복지센터에서 조차 편하게 화장실을 이용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한다.

국민인권위원회 강원인권사무소는 지난 13일 강원도인권센터, (사)강원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와 공동으로 '생활편의시설에서의 장애인 접근성 증진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정부에서 4월 20일을 '장애인의 날'로 지정하고 기념한 지 40주년이 되는 해이지만 여전히 장애인들은 식당, 커피숍, 편의점, 화장실 등 다양한 일상생활 공간의 문턱을 넘기 어려운 실정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13주년을 기념하여 열린 이번 토론회에서는 그 실태와 이유를 짚어보고 대안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발제를 통해 장애인들의 생활편의시설 이용의 어려움을 전했다. 최근에는 무인정보단말기(키오스크) 도입으로 정보접근의 문제도 심각하다. 터치스크린 형태로 음성이나 촉각 정보가 전혀 제공되지 않으며, 휠체어 사용자에게는 접근 자체가 어렵다. 청각장애인의 경우에도 기기 고장 시 음성으로만 문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20여 년 전 제정된 장애인등편의법을 기준으로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하다보니 장애인의 기본 건물 접근성을 떨어뜨리고 오히려 장애인등편의법이 접근 장벽을 만들고 있다며 법제도의 한계를 꼬집었다. 

▲ 임대현 씨는 도내 행정복지센터, 지구대 및 파출소, 마트, 공원 등을 대상으로 화장실 접근권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원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회원인 임대현 씨는 '강원도 장애인편의시설 설치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임 씨는 2019년부터 2021년 3월까지 도내 행정복지센터, 지구대·파출소, 치안센터, 마트, 공원 등을 대상으로 화장실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장애인화장실이 설치된 곳은 행정복지센터 90%, 지구대·파출소 25%, 치안센터 92%, 마트 및 공원 84%로 공공시설에서도 편차가 크게 나타났다.

장애인화장실이 설치되어 있어도 사용하기 어려운 곳의 비율도 높았는데 원인으로는 공간이 좁다는 이유가 가장 많았다. 이는 장애인등편의법에 따라 시설을 설치했지만, 당사자의 실 사용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김용섭 강원장애인장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 역시 원주 행정복지센터를 모니터링하면서 여전히 공공기관조차 장애인들의 접근권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10여 년 전 외곽지역 행정복지센터가 장애인을 고려하지 않은 채 투표장소를 2층에 마련해 논란이 됐던 기억이 여전하다"며 "수년이 흐르면서 편의시설이 많이 개선됐으리라는 기대감이 높았으나 결과는 정반대였다"고 말했다. 

외부에 위치한 장애인주차장은 휠체어장애인이 주차가 불가능할 정도로 형식적으로 설치한 곳이 많았으며,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어도 경사가 급해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곳이 대부분이었다. 주출입구 점자유도블럭을 미설치하거나, 장애인 화장실의 경우에도 휠체어 접근이 불가능한 곳이 있었다. 행정복지센터가 오래된 건물일수록 주차장과 경사로 설치를 비롯한 장애인화장실의 접근권, 주출입구에 점자유도블럭과 자동문 설치가 미비했다. 

강원도청 황인구 사무관은 강원에서 그동안 소규모 민간시설의 접근성 개선을 위해 실시했던 사업과 그 과정에서 겪었던 어려움 등을 전했다. 강원도는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2019년부터 소규모 민간시설 접근성 개선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건물주의 반대로 대상자 발굴이 어렵거나 도로점용허가 문제에 따른 도민들의 민원제기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비장애인이 가지고 있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한 사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