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상반기 중 원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과 장애인 일자리 카페, 행정복지센터, 지구대 등에 AAC 의사소통판이 배치된다.

뇌병변 장애인이 더운 여름날 카페에서 어눌한 발음으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직접 주문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카페마다 AAC 도구인 의사소통판이 배치되어 있다면? 카페 메뉴가 그려진 그림 중 얼음이 담긴 아메리카노를 손으로 가리킨다. 이어 숫자 1과 테이크아웃, 카드 모양의 그림까지 차례로 짚으면 주문 완료. 말과 글이 아니라도 장애인들은 충분히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된다.

원주시 내 언어장벽을 없애기 위한 첫걸음이 시작한다. 말이나 글로 의사소통이 어려운 장애인들이 원활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도록 관공서와 편의시설에 AAC(보완대체의사소통) 존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보완대체의사소통이란 말이나 글로 의사전달이 힘든 사람을 위해 사진, 그림 등 다양한 도구와 수단을 활용해 생각을 표현할 수 있도록 만든 의사소통 보완수단이다. 일반적으로 장애인들을 위한 도구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비장애인도 이용하게 된다. 해외 방문 시 그림이나 사진을 통해 의사소통을 하거나, 공공장소에서 화장실, 출입구 등을 나타내는 표식 역시 AAC의 일종이다. AAC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다문화 가족이나 외국인, 어린이도 이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 서울 마포구에서 최초로 AAC 마을을 조성해 공공기관과 일반 상가 등 장애인들이 자주 이용하는 시설 전반에 의사소통판을 배치하고 장애인이 직접 의사표현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목을 받았다.

원주에서도 지난해부터 AAC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교육에 다수의 참가자가 몰렸으며, 공공기관마다 의사소통판을 배포하는 등 지역 내 확산을 위한 여러 움직임이 일었다. 올해는 원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복지관과 장애인 일자리카페 'I got everything' 내 의사소통판을 비치하고 AAC존을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장애인 일자리카페는 복지관과 국민건강보험공단, SK텔레콤 원주점, 원주시청 점 등 4곳이다. 의사소통판은 발달장애인이나 뇌병변 등의 중증 장애인들이 주문할 때도 유용하지만, 카페 근로자 중에는 청각 장애를 가진 직원에게도 근로 환경이 향상될 수 있도록 돕는다.

복지관 내에서도 장애인들이 의사표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그림과 문자 등의 사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복지관 서비스를 안내하는 책자를 그림과 문자 등으로 제작해 누구나 손쉽게 이해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요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한, 상담이나 이용 안내를 받을 때,  의사소통판을 활용해 보호자가 대신 의견을 말하는 것이 아닌 장애인 자신이 직접 의사를 표현할 수 있도록 개선할 계획이다.

6월 중에는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와 지구대, 파출소 등 공공기관에도 의사소통판을 배치한다. 그림소통판은 각 장소 및 기관별 업무에 따라 다른 그림이나 문자로 구성된다. 의사소통판을 배포하면서 공무원이나 시설 운영자 등을 대상으로 AAC 교육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복지관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중 AAC존을 조성해 운영하고, 안정적으로 운영되면 편의점과 식당 등 마을 단위로 확대해나갈 예정"이라며 "AAC존을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이용자와 더불어 지역 주민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동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