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주시청 전경.

원주시에는 ‘국·과장 밥 당번’이란 관행이 있었다. 간부 공무원인 국·과장의 점심을 하위직원들이 순번을 정해 대접하는 문화였다. 언제 시작됐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굳어진 관행이었다.

화석처럼 굳어진 관행에 문제를 제기한 건 신규 임용된 새내기 공무원들이었다. 고임금을 받는 국·과장의 식대를 저임금을 받는 하위직이 내는 건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이 민원은 전국공무원노조 원주시지부에 접수됐다. 공무원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상급자 접대 관행의 근절을 촉구했다. (본보 2019년 5월 27일자 19면 보도)

새내기 공무원들은 회식 때 상급자가 술을 강권하거나 술잔을 돌리는 문화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경직된 공직풍토에서 비롯되는 과도한 의전도 이해가 안 됐다. 일반 기업체와 달리 하위직에게 상대적으로 과중한 업무가 부여되는 것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이러한 공직사회의 세대 간 갈등은 예고돼 있었다. 베이비 부머 세대(1955∼1963년생)의 퇴직과 맞물려 신규 공무원이 대거 임용됐기 때문이다. 원주시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이후 신규 임용된 공무원은 올해까지 884명이다. 원주시 전체 공무원 1천796명 중 절반가량인 49.2%가 최근 8년 사이에 임용된 것이다.

최근 임용된 20·30세대와 공직사회 관행에 물든 40·50세대 간 문화적 충돌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이에 공무원노조는 세대 간 갈등을 해소하고, 공직풍토를 개혁할 수 있도록 소통위원회 구성을 원주시에 제안했다. 공무원노조 문성호 사무국장은 “신규 공무원이 대거 임용된 상황에서 조직문화를 바꾸지 않으면 세대 간 갈등은 갈수록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면서 “소통위원회의 궁극적 목표는 갈등 해소는 물론 원주시를 전국에서 가장 일하고 싶은 지자체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주시도 소통위원회 운영에 찬성함에 따라 내년 1월 출범을 목표로 위원회 구성이 진행 중이다. 20대, 30대, 40대, 50대 등 연령별로 원주시와 공무원노조가 6명씩 추천해 소통위원회를 구성한다. 소통위원회는 분기별로 실천과제를 정하고, 집단 토론을 통해 최적 안을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새내기 공무원들이 제기한 과도한 의전 및 강압적인 회식·행사 참여와 같은 수직적인 조직문화 개선도 실천과제에 포함될 수 있다고 공무원노조는 밝혔다. 공무원들이 출장비와 초과근무수당을 부정하게 수령하는 부조리 근절을 위한 노력도 병행할 계획이다.

문성호 사무국장은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상향식 운영을 통해 공직풍토가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개선된다면 시민을 위한 행정서비스도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