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곡동 종축장 터.

반곡동 종축장 터의 활용방안에 강원도개발공사가 복병으로 등장한 가운데 강원도의 역할론이 제기되고 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종축장 터를 강원도개발공사(이하 강개공)에 현물 출자할 당시 “원주시에서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고 작년 10월 도의회 본회의장에서 약속했다.

원주시 요구는 종축장 터에 국·도비 1천억 원을 투입해 3천700석 규모의 공연장을 건립해 달라는 것이었다. 인구 대비 문화기반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도서관, 박물관, 미술관, 문예회관, 공연장 등 문화시설은 강릉시 29개, 춘천시 25개가 있다. 반면 인구가 가장 많은 원주시에는 18개에 그친다. 게다가 혁신도시 이전 기관들도 정주 여건 개선을 요구하고 있어 공연장을 요청했다.

최 지사가 도의회 본회의장에서 공식 발언한 만큼 도의회는 당시 발언을 믿고 종축장 현물 출자를 승인했다. 그런데 지난 10월 열린 ‘종축장 활용방안 연구용역 중간보고회’에 참석한 강개공 관계자가 ‘폭탄 발언’을 하며 회의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종축장 터의 90%를 강개공 수익창출을 위해 활용하겠다는 발언이었다. 나머지 10% 땅에 지을 수 있는 건 공중화장실 정도다. 원주시로선 납득할 수 없는 주장이었다. 종축장 터를 강개공에 현물 출자했기 때문에 현재 종축장 터의 주인은 강개공이다.

게다가 지난 3월 강원도, 원주시, 강개공이 맺은 3자 협약도 모호해 도움이 안 되고 있다. 협약서에 따르면 ▷강원도는 종축장 터 일부를 활용해 공연장 등 복합문화시설을 조성하고 ▷강개공은 공연장 등 복합문화시설 조성을 위한 적정부지를 제공한다고 돼 있다. 협약서에 명시된 ‘종축장 터 일부’와 ‘적정부지’의 개념이 모호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강원도의 역할론이 제기되고 있다. 작년 10월 도의회 본회의장에서 최 지사는 “강개공이 100% 강원도의 통제 하에 있다”며 현물 출자 이후에도 통제가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나 현재 원주시와 강개공 간 다툼에서 강원도는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원주 출신의 도의원 10명이 강원도를 향해 강경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주문을 하고 있다.

최상의 결정은 원주시에서 제시했던 원안대로 진행하는 것이다. 다만 여의치 않으면 종축장 터 옆 시유지 6천600여㎡에 공연장을 짓는 방법도 있다. 감정 결과 토지매입비는 약 300억 원이다. 강원도가 토지를 매입해 공연장을 건립한 뒤 원주시로 기부채납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종축장 활용방안 연구용역 최종보고회는 다음 달 열릴 예정이다. 논의 과정에서 원주시는 공연장 규모를 1천700석으로 축소했다. 경제성을 고려한 조치였다. 원주시 관계자는 “3천700석은 운영비가 과다하게 들고, 1천500석을 넘어야 대형 공연을 유치할 수 있어 1천700석으로 조정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