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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사에 들러 차 한잔

.l승인2004.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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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봉화 청량산

봉화, 산이 깊은 곳. 선달산(1,236m), 각화산(1,177m), 문수산(1,206m), 청량산(840m) 등 태백산(1567m)에서 뻗어나온 산줄기들이 어깨를 걸고 모여 있다.

그 깊은 산골짜기 사이로 낙동강이 휘적휘적 돌아 흐른다. 낙동강 줄기는 경북 봉화땅에도 맑은 가을 바람을 실어 날랐다.
온몸의 솜털을 오슬오슬 일으켜 세우는 서늘한 바람. 가을 바람을 맞이하러 청량사로 간다.

청량산은 밖에서 보기에는 평범한 산이다. 800m가 넘는 높이. 하지만 속으로 들어갈수록 가팔라지고 험해진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청량사 가는 길. 왼쪽으로 난 청량사 가는 길 입구에 '차량 절대 오르지 못함'이라는 팻말이 서 있다. 중간에 숨을 돌리지 않으면 못 오를 길이다.

이끼로 덮인 바위 사이로 맑은 물이 흐른다. 바람이 이마의 땀을 식혀준다. 청량사 가는 비탈길을 오르며 든 생각. 원효는 무슨 뜻으로 이 험한 첩첩산중에 절을 지었을까. 그런데 모퉁이를 돌면서 절이 보일 무렵, 이곳에 ‘꼭’ 절이 있어야 하는 이유를 알게 된다.

비죽비죽 솟은 거대한 열두 암봉 한가운데 절이 깃들여 있다. 청량사를 중심으로 청량산 육육봉(12개의 큰 봉우리)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보살봉을 중심으로 동으로 금탑봉 탁필봉이 있고, 서쪽으로 옥소봉, 문수봉, 반야봉, 의상봉, 연화봉이 있다.
안심당과 범종루를 지나면 유리보전이다. 연화봉 아래 자리잡고 있다. 약사여래상이 모셔져 있다. 아픈 사람을 치유한다는 부처. 국내에 하나뿐인 종이를 녹여 만든 지불(紙佛)이다. 유리보전 현판은 고려 공민왕의 친필이다.

유리보전 앞에는 가지가 세갈래로 뻗은 늘씬한 소나무가 한 그루 있다. <봉화군지>에 따르면 옛날 절을 처음 세울 적에 아랫마을에서 뿔이 셋 난 큰 소를 보시했다고 한다. 소는 힘이 세 팍팍한 비탈을 잘도 올랐다. 그 덕분에 대역사를 손쉽게 치를 수 있었다. 불사가 끝나자 소는 죽었고, 묻은 자리에 가지가 셋 난 소나무가 자랐다고 한다.

어렵게 지은 청량사는 조선시대 주자학자들에 의해 피폐해졌다. 어떤 연유로 암자들은 쓰러졌다. 지금의 청량사를 만든 건 주지 지현스님. 하루 3시간을 걸어 지게로 자재를 날라 지금의 청량사를 중창했다. 선불장, 산신각, 심검당 등을 세우는 불사를 벌였다. 범종각도 만들고 길에는 예쁜 침목을 깔았다.

절 오른쪽으로 난 오솔길을 걸어 20분을 가면 응진전이다. 응진전 가기 전에 전망대 격인 ‘어풍대’가 있다. 육육봉에 포근하게 깃들인 청량사가 한눈에 보인다. 어풍대에 서면 ‘산은 연꽃이고, 절터는 꽃술’이라는 사실을 대번에 알아차릴 수 있다.
보슬비가 내리는 날, 어풍대에 오르면 청량산에 자욱하게 내려앉은 안개를 볼 수 있다. 낙동강에서 슬금슬금 올라온 안개가 산을 감싼다. 선경이 따로 없다. 응진전 가는 길에 있는 오산당은 퇴계의 발자취를 만날 수 있는 곳. 만년에 도산십이곡을 저술한 곳이다.

응진전은 공민왕과 노국공주의 애틋한 러브스토리가 스민 곳. 결혼 후 원나라의 영향에서 벗어나려는 공민왕의 자주정책을 도왔던 노국공주는 1361년 홍건적의 2차 침략 때 공민왕과 함께 청량사까지 피난왔다.

결혼 11년이 되도록 아이를 갖지 못했던 공주는 아마도 응진전에서 기도를 하며 간절한 하루하루를 보내지 않았을까. 하지만 개경으로 환도한 뒤 공주는 16년만에 임신을 했지만 1365년 난산 끝에 숨지고 말았다. 응진전 앞에서 바라보는 넉넉한 풍광은 비운의 왕비 노국공주의 외로운 마음을 달래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청량사 주변에는 좋은 찻집이 두 곳 있다. 응진전 가는 오솔길 옆 ‘산꾼의 집’은 오가는 사람에게 차를 그냥 내준다. 청량사 입구에 있는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이라는 찻집은 입구에 내걸린 등이 예쁘다.

가을로 들어서는 길목. 청량산 청량사에 들렀다가 차 한잔 어떠하신지. 요즘 청량사에 깃드는 풍경소리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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