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택지 개발로 조성된 원주기업도시가 정작 필수 인프라인 학교 시설 부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쾌적한 주거환경과 신도시의 교육 여건을 기대하며 이주했던 학부모들이 과밀 학급 문제로 다시 원도심으로 전출하는 ‘역이주’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인구 급증 속 학교 증설 지연

지정면 인구는 2017년까지 2천여 명 수준에서 기업도시 아파트 입주가 시작된 2018년 7천472명으로 늘어난 뒤, 올해 3만2천 명을 넘어섰다. 반도체 관련 산업 유치 기대감까지 더해지며 인구 유입이 가속화되는 반면, 학교 증설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기업도시 내 섬강초교와 샘마루초교는 각각 수용 한계를 초과한 상태로, 일부 특별실과 과학실을 일반 교실로 전환해 대응 중이다. 샘마루초교는 최근 증축 공사를 통해 학급 수를 늘렸지만, 신규 아파트 입주가 이어지면서 학생 수는 여전히 정원을 초과하고 있다.

엄원룡 샘마루초 학부모회장은 “이제는 증축할 공간도 없는 상태”라며 “주거 환경은 점점 나아지지만 교육 인프라는 따라가지 못해 원도심으로 다시 이주하는 세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지정면 전출 인구는 2022년 749명, 2023년 738명, 올해도 600명대 후반에 달하는 등 매년 700명 내외의 주민이 빠져나가고 있다.

학군 불균형.통학로 미비

과밀 학급 문제 외에도 비효율적인 통학구역 설정이 불만을 키우고 있다. 섬강초는 롯데캐슬 1차부터 이지더원 1차까지, 샘마루초는 호반베르디움 2차부터 이지더원 3차 어반포레까지 같은 학군으로 지정돼 있다. 신규 단지 대부분이 샘마루초 학군에 포함되면서 수요가 한쪽으로 쏠리는 구조다.

안전한 통학로 확보도 여전히 미흡하다. 특히 신도심 주요 도로에서는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불명확하거나, 통학 시간대 교통량이 집중돼 학부모들의 불안이 크지만 수년간 개선되지 않고 있다. 

개발.교육정책 연계 엇박자

전문가들은 이번 현상을 ‘도시 개발과 교육 행정 간 엇박자’의 전형으로 보고 있다. 주거 중심의 도시개발 사업이 먼저 추진된 뒤, 학교 신설과 학군 조정이 뒤따르는 구조적 한계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주원 상지대 특임교수는 “도시를 개발해놓고 학교가 없어 주민이 떠나는 상황은 행정력 낭비이자 정책 실패”라며 “학교는 주택처럼 단기간에 신설할 수 없기 때문에 도시계획 단계에서부터 교육 수요를 반영한 중장기적인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청과 지자체가 공동으로 학생 수요를 예측하고, 유연하게 학군을 조정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지난 10일 개최된 원주학부모협의회 소통 간담회.
◇지난 10일 개최된 원주학부모협의회 소통 간담회.

학교 신설.통학구역 조정 검토

지난 10일 열린 원주학부모회협의회와의 간담회에서 원주시는 기업도시 내 초등학교 추가 신설과 통학로 개선 등을 중장기 과제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원주교육지원청도 현실적인 통학구역 조정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설명했다. 

원강수 시장은 “기업도시는 향후 기업 유치와 함께 인구 유입이 더욱 늘 것으로 예상된다”며 “교육청과 협의해 학교 신설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통학 안전 확보를 위해 승하차 구역을 확충하고, 기업도시 내 어린이 목재놀이터와 실내 생존수영장 조성 사업 등도 추진해 아이들을 위한 인프라 확충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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