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입시철이 시작되었다. 전체 대학입시 인원의 70% 이상을 뽑는 수시전형에서 지원자를 하나라도 더 데리고 오려는 각 대학의 노력은 마치 전쟁에 가깝다. '인(in)서울'권내 대학을 제외한 지방대학은 이 치열한 전쟁터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대학교수가 대학을 '팔러'다니는 행위에 대한 옳고 그름을 논하기에 앞서 현재의 지방대학은 '존폐'를 걱정하는 수준으로 상황이 악화되었다.
 

 대학등록금은 수년전부터 발이 묶여있고, 설상가상 고등학교 졸업자는 계속 감소한다. 당연히 '그 외' 지방대학들은 입학정원을 채우기 위해 입시홍보에 집중한다.
필자도 수시전형이 끝나고 정시를 위한 입시홍보를 위해 경기권내 몇 개 학교를 다녀왔다. 지난 여름 수시홍보 차 다녀왔던 경기지역 고등학교를 재방문하는 것이어서 부담도 덜하였다. 그러나 돌아서는 발걸음은 여전히 씁쓸하며, 홍보를 마치고 고3 교무실 문을 닫고 나설 때까지 느껴지는 등 뒤의 여러 시선들에, 왜 여기까지 와야만 했을까 라는 생각을 떨칠 수는 없었다.
 

 대학생의 모습은 어떠한가. 청춘, 뜨거운 열정, 지식에 대한 목마름을 떠올리기 보다는 학자금 대출을 걱정해야 한다. 학교 교정에서 밤새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나와 우리와 국가의 미래에 대해 걱정하던 모습은 이제 찾아볼 수가 없다. 동기보다 나은 학점 얻기, 좋은 기업에 취직하기 위한 스펙 쌓기 등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지식에 대한 순수한 열망과 타인에 대한 '공감'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학생들에게는 차라리 사치에 가깝다.
 

 기업은 입사와 동시에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자원을 대학에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산학협력이라는 허울로 기업과 대학의 연결을 공고히 하길 주문한다. 심지어 이것을 대학의 정량적 평가로 저울질하는 동시에 서열화한다. 기업을 위해 '맞춤형' 교육을 받게 하며, 인턴, 산학실습이라는 과목들을 개설하여 이 역시 정량 지표화한다. 학생들은 '열정페이'를 받고 방학을 포기하며 기업에 단순 노동력을 보태고 있다. 더 많은 스펙을 갖추어야 하며 보다 정형화된 교육의 틀을 요구한다. 그렇다면 정부와 기업의 합작 주문 하에 '생산'된, '전문기술의 집합체'인 대졸자들을 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는 있는가?
 

 답은 '아니다'이다. 기업은 입사자들을 대상으로 직무교육과 더불어 인성교육과 기본적 매너교육까지 해야 한다고 볼멘소리를 늘어놓는다. 이유는 무엇일까. 대학을 마치 입시를 위한 학원화 된 고등학교를 방불케 하는 기관으로 만들고, 정권이 바뀔 때 마다 '교육혁신'을 플래카드로 내걸며,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하나 더 보태어 대학의 근본적 교육목표를 흐려놓는 것 때문은 아닐까. 배움으로써 얻는 '인간의 자유'라는 대학의 근원적 존재가치가 흐려진 까닭은 아닐까 말이다.
 

 지방대학이라는 패널티는 입시홍보에 열을 올려야 하는 것 외에도 대학교육을 받을 준비가 전혀 되지 않은 학생들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학업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학생들에게 강의수준을 맞추어야 할지 말지를 고민해야 한다. 따라서 입학과 동시에 학교나 학업에 적응하지 못하고 그만두는 학생 또한 적지 않다. 이는 다시 대학평가에 반영되어 서열화 된다. 그야말로 불평등의 악순환이 지속된다.
 

 제인 애덤스는 참된 교육을 통해 타인과의 공감능력을 키우고 감정을 이입하는 기본적 방법을 대학에서 배운다고 했다. 대학의 교육목표가 단지 정해진 역할만을 수행하는 기업과 정부의 '일꾼'을 길러내는 것이라면 대학의 존재 가치는 소멸되는 것이다. 직업과 직무에 맞추어 훈련받은 학생들이 과연 진정한 자기성찰과 배움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자유를 누릴 수 있을지는 의문스럽다.
 

 정권이 바뀌었다. 우리가 정권을 바꾸었다. 1년 전, 촛불을 들고 일어났던 시민들의 목소리는 권력을 쥐고 있는 대상을 단순히 바꾸자는 것이 아니었다. 정권의 본질을 교체하기를 원한 것이다. 교육정책도 바뀌어야할 본질 중 하나다. 그 작은 빛을 하나 보탠 시민으로, 지방대학에 재직하는 평교수의 한 사람으로 느끼는 체감온도는 여전히 쌀쌀하다. '교육개혁'이라는 허울을 내세워 지방대학에 더한 불평등을 안기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대학의 본질을 찾을 수 있게 '지원'해주는 기능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전영주 상지대 호텔컨벤션학과 교수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