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곡 '비밀기록' 존재하지 않을까"를 원주투데이에 기고한지 꼭 7년이 흘렀다. 증손자대에 불태워졌다던 '친필 6권'이 그보다 100년도 더 뒤인 1592년 치악산 대승암에서 이를 본 김시양(金時讓)이 남긴 글 '자해필담(紫海筆談)'을 통해 이후의 존재가 확인되고 있다고 썼다. 그리고 7년이 흐른 올해 여름! 치악산 대승암을 찾아 몇 차례 올랐으나 이미 옛길이 사라지고 산림도 우거져 찾질 못했다. 내가 이렇게 '운곡비기'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옛 역사기록을 확인해 보고 싶은 욕심도 있지만, 그 보다는 운곡 선생의 외갓집 방계 후손으로 집안 역사기록과 운곡시사에 집안 어른들이 자주 언급되고 있어서다.
 

 금년 추석연휴 때 용곡리 칠봉서원 터를 찾았다. 황금들판 위로 우뚝 솟은 여섯 개의 봉우리가 햇살에 돋보였다. '운곡시사(耘谷詩史)'에 택당(澤堂) 이식(李植) 선생의 시 "산붕(山崩)"에 이곳을 '칠봉(七峯)'이라 기록하고 있지만, 택당집(澤堂集) 원문(原文)에는 '육봉(六峯)'으로 되어 있어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오래전에도 의혹을 가졌었지만 왜 "칠봉서원(七峯書院)인가" 아무리 세어도 봉우리는 여섯 개다. 시사를 편집한 후손들은 굳이 시(詩) 원문까지 고쳐가며 왜 '칠봉(七峯)'으로 기록했을까? 택당 선생은 시(詩) 원문에 '육봉(六峯)'을 언급하고 나머지 한 개의 봉우리가 절개를 지킨 운곡임을 왜 언급하지 않았을까! 시(詩) 속에 은연 중 언급한 걸 우리가 모르는 것인가!
 

 궁금해졌다. 혹시 현종(顯宗)으로부터 '칠봉서원(七峯書院)'을 사액받기 위해 올린 상소문에 1612년 창건 당시 왜 '칠봉서원'이라 했는지 언급되지 않았을까! "운곡시사(耘谷詩史)"와 "운곡 원천석연구(耘谷 元天錫硏究)"를 찾아보았으나 나오지 않았다. 사액상소문이 왕조실록에 실려 있다면 그곳에는 '왜 칠봉서원이라 했는지' 기록으로 남아있지 않을까 해서 찾아보았다. 
 

 현종실록(顯宗實錄) 6권, 현종 4년(1663년) 4월 27일 갑자(甲子) 4번째 기사 "원천석 서원의 사액을 청한 강원도 진사 한 용명 등의 상소"가 있었다. (※현종개수실록 4년(1663년 4월 24일 신유 2번째 기사)
 

 그런데 놀라운 기록을 확인했다. 실록말미(實錄末尾)에 사관이 기록한 짧은 글이었다. "천석은 수고(手稿) 6권을 남겼는데 고려 말과 세상이 바뀔 때의 일을 매우 자세하게 기록하였다. 그리고는 그 책들을 풀로 붙이고 그 표지에 쓰기를 '어진 자손이 아니면 열어보지 말라.'고 하였는데, 지금도 그 책이 남아 있으나 두 권은 분실되었다 한다.【天錫有手稿六卷, 書麗末及革世時事甚悉。糊其卷, 而題其表曰: '非賢子孫莫開', 今其書尙在, 而逸其兩卷云.】"라고 기록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대승암 터를 찾지도 못하고 칠봉서원의 명칭유래를 찾다가 '운곡선생 친필6권'의 존재가 70년이나 더 존재하고 있다는 역사기록을 찾은 것이다. 모든 기록에 "증손자대에 불태워졌다"는 비기(秘記)가 100년도 더 넘은 임진왜란(1592) 때 후손 원황(자는 경명. 警鳴)이 김시양(金時讓)에게 보여줌으로써 존재가 확인되더니, 다시 70년 뒤 조선왕조실록 현종실록 1663년 4월 23일자 기록에 그 존재를 사관(史官)이 명확하게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운곡 원천석 친필 6권 중에 4권은 2017년 지금도 남아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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