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원로 오른쪽에 위치한 의관1리 마을 입구. 과속 차량이 단속을 피하기 위해 급브레이크를 밟아 도로 곳곳에 스키드 마크가 선명하게 남아 있다.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설치한 고정식 무인단속카메라가 주민들을 과속차량으로부터 더욱 위험한 상황에 노출시키면서 무용지물로 전락했다. 단속을 피하려는 차량들이 카메라를 비껴 마을입구로 우회하면서 주민들은 예전보다 더욱 불안해진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소초면 의관1리는 원주에서 횡성으로 향하는 북원로를 따라 오른쪽에 위치한 마을이다. 외곽지역이다보니 차량들이 과속을 일삼는 구간이다. 특히 대형 버스나 화물차, 공사차량 등이 자주 지나다녀 마을 입구의 버스정류장을 가기 위해 건널목을 이용하는 주민들은 항상 불안에 떨어야 했다.

과속차량으로 인해 잦은 사고가 발생하자 강원지방국토관리청 홍천국토관리사무소는 지난해 12월 강원지방경찰청과의 협조로 이 구간에 제한속도 60㎞인 고정식 무인단속카메라(이하 단속카메라)를 설치했다. 그러나 마을사람들은 단속카메라가 설치된 뒤 오히려 과속차량들로 인해 더욱 위험에 놓인 상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편도 3차로로 조성된 이 곳은 1·2차로는 직진차로, 3차로는 마을로 들어가는 우회전 전용도로이다. 하지만 단속카메라가 1·2차 직진차로만 촬영단속을 하고 있어 일부 과속차량들은 3차로로 들어서 마을 입구로 우회해 카메라 단속을 피해가고 있다.

특히 대형차량들은 내리막길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대부분이 마을 입구로 돌아서 단속을 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신호 앞 정지선에는 과속하다 갑자기 속도를 줄인 차량들로 인해 도로 곳곳에 스키드마크가 남아 있다. 과속 차량 중에는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마을입구로 들어서 일방통행 구간을 역주행으로 오르고 나서야 겨우 정지하는 차량도 있었다.

때문에 건널목을 이용하는 노인이나 학생들은 항상 과속차량으로부터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또한, 마을에서 나와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는 차량도 과속차량과 부딪힐 뻔한 아찔한 상황이 자주 발생하면서 주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주민 A 씨는 "주민 안전을 위해 설치한 단속카메라가 오히려 차량들의 과속을 유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마을 입구를 지날 때 마다 항상 불안한 심정이다"고 말했다.

의관1리 주민들은 차량들의 과속을 막기 위해 원주경찰서에 단속카메라를 추가 설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원주경찰서는 속도위반 단속카메라는 통상적으로 직진차로에만 설치한다는 지침을 내세우며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원주경찰서 관계자는 "매년 3월 심의를 통해 단속카메라 설치 구역을 지정하는데 올해는 이미 다른 곳에 카메라를 설치해 당장 설치는 어렵다"며 "내년 3월 다시 심의를 거치지만 사망자 발생 지역이나 사고 다발 지역 등을 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의관1리에 추가 설치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단속카메라 설치로 더 위험한 상황에 처했는데도 마땅한 해결책을 마련해 주지 않아 답답하다"며 "차라리 단속카메라를 제거하는 게 더 안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