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비장애인들은 장애인들이 어디서나, 어떤 때에나 외부의 도움을 반드시 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비장애인들은 장애인들이 시설에 입소하여 시설인의 도움을 받고, 장애인들만이 모인 장소에서 공동생활을 하는 것을 별로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많은 장애인들은 자립하기를 원하고 있다.
 

 물론 외부의 도움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그 도움이 자기 결정권에 대한 간섭이  나 침해가 아니기를 바란다. 즉, 장애인들도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생활과 사회적  자원을 선택하고 활용하면서 살고 싶어 하는 것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으로 사회 모든 영역에서 차별이 금지되고 장애인에게 교육과 노동의 기회 및 복지 혜택을 제공받을 기반이 마련되었으나 장애인이 정당한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가기에는 여전히 개선해야 될 문제가 있다. 그리고 장애인은 외부 도움이 당연히 필요한 사람들이라는 사회적인 인식이 아직까지 팽배해 있다.
 

 장애인들도 비장애인들과 함께 지역사회에 어우러지며,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사회적 자원을 활용하는 주체로서 살아갈 수 있다. 자신의 삶의 모든 결정에 대하여 타인의 개입과 보호를 최소화하기를 바라고 있다. 이제는 장애인 당사자들의 실제적 요구에 귀를 기울이고 정책을 수립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2001년 어느 장애인 부부의 죽음으로 시작된 장애인 당사자들의 이동할 권리인 이동권에 대한 요구가 15년이 되었고, 교통약자의이동편의증진법이 제정된 지도 11년을 넘어서고 있다. 장애인들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여 고층건물을 출입하고 지하철을 탈 수가 있으며, 기차를 이용해서 서울도 휠체어로 오갈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장애인의 삶은 사회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배제된 세상을 살아온 거나 마찬가지이다.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누리지 못한다면 과연 그것이 올바른 사회인지 묻고 싶다. 이동을 할 권리인 이동권은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데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다.
 

 '인권'이란 인간이라면 그 어떤 개인적인 조건에도 상관없이 마땅히 누릴 권리이다. 1975년 10월 9일 제30차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장애인인권선언'은 장애인의 권리를 세부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장애인은 장애를 이유로 정치·경제·사회·교육 및 문화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받지 않는다" 라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원주시는 건강도시와 행복도시이다. 장애를 이유로 차별받지 않고 배제되지 않는 원주시를 기대해 본다. 현대산업사회에서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가 있으며 우리 모두가 예비장애인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장애인이 편리한 세상은 모두가 편리하다. 이제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고 내년에는 지방선거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장애인에게 관심을 보이고 연말과 선거 때에만 장애인이 반짝 특수를 누리고 주가가 상승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이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장애인도 주어진 권리를 누리며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고 싶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원주시를 기대해 본다.

김용섭 반딧불장애인학교 교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