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딘! 젊음, 자유, 반항의 상징으로 혜성같이 나타났다가 교통사고로 짧은 생을 마감한 신비로운 배우였다.
그가 출현한 단 세편의 영화 중 1954년 개봉된《이유 없는 반항》은 1950년대 미국 사회 청소년들의 문제를 다룬 최고 걸작의 영화로 손꼽히는데 영화에서 '치킨 게임'이 등장한다. 치킨(chicken)이라는 용어에는 겁쟁이라는 뜻이 있는데, 그 당시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는 자신의 용기를 과시하는 방법으로 치킨 게임이 유행했다.
 

 치킨 게임은 양쪽 참가자 모두 차를 타고 서로를 마주보며 충돌을 불사하고 달리는 게임으로 겁을 먹고 운전대를 꺾는 사람이 겁쟁이로 취급되고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게임이다. 치킨 게임은 그 이후 정치와 경제 분야에서 극한 상황으로 치닫는 것을 지칭하는 용어로 쓰이고 있다. 최근 북한과 미국이 군사적 무력 대응 가능성을 보여 주면서 벼랑 끝 '치킨게임'을 계속해 나가고 있다.

 더욱 어려운 상황은 핵무기 개발에 나선 북한과 휴전선을 마주하고 있는 한국과 군사적 동맹인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러시아 주변 강국들의 셈법이 복잡하다는 것이다. 한국이 이천년 동안 강대국들 사이에서 어려움을 겪었고 이겨냈지만 지금 위험한 상태로 들어서고 있다.
 

 치킨 게임에서 최악의 결과는 두 참가자가 피하지 않고 달려 충동했을 때 거의 죽음을 맞이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현재 진행되는 북·미간의 치킨 게임의 결과는 기막히게도 북한과 한국이 맞이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한국은 치킨 게임의 주도권을 갖고 있지 않지만 그 게임의 어떠한 결과도 받을 수밖에 없고 해결해야 한다. 1953년 7월 27일 휴전 후 64년이 흘렀지만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마무리하고 있는 이 단계는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기 직전이다.
 

 10일간의 최장 황금연휴를 앞두고 즐거움만으로 추석과 연휴를 맞이하기에는 한반도 정세가 너무나 어둡다. 그렇지만 위기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현대사에서 여러 번 경험하지 않았나? 30년 전 최루탄 속에서 민주주의를 쟁취하고 88서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이끌었고, 북한이 연평해전을 일으켰지만 월드컵 역사상 4강 신화를 이루었고, 1997년 IMF 사태를 슬기롭게 이겨내고 10대 무역 강국이 되었으며, 지난해는 국정농단을 촛불혁명으로 극복하고 성숙한 민주주의를 국민들이 주도해 나갔다.
 

 치킨 게임은 정치와 경제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우리의 생활 속에서도 종종 일어난다. 긴 황금연휴를 앞두고 명절증후군, 명절연휴 전후로 이혼신청 2배 증가 등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우리 속담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 라는 말은 추석이 풍요로움과 행복함이 극대화되는 한 해 중 가장 좋은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좋기만 해야 하는 추석에 부부간의 갈등, 고부간의 갈등, 형제간의 갈등, 심지어 부모·자식간의 갈등이 충돌하여 파국을 맞는 사례를 종종 본다. 이혼신청 2배 증가라는 통계는 그러한 사례를 여실히 증명해 준다. 강 대 강 대치로만 끝까지 가서 충돌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정치든, 집안일이든 결국 양측이 모두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을 지혜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해결책이 있어야 하는데 주역의 49번째 괘인 혁(革)괘에서 방법을 찾아보고 싶다.
 

 혁괘는 연못 가운데 불이 있음을 상징하는 택화혁괘(澤火革卦)이다. 혁괘는 물이 아래로 내려와 불을 끄고 불은 위로 올라 물을 말리니 상극관계로 현 상황을 지속할 수 없는 변혁의 때를 상징한다. 64년간의 분단과 대립의 상태는 이제 핵전쟁이 거론되는 벼랑 끝 상황까지 도달했으며 이제는 근본적인 변혁이 이루어지는 혁명적인 상황이 나와야 할 때이다.
 

 혁명은 부득이한 경우 천명에 순응해서 일으켜야 하며, 충분한 여건이 갖추어질 때를 신중히 기다려야 하며, 무엇보다 혁명의 주체가 스스로 혁신이 전제되어야 한다. 어떤 치킨 게임도 자신을 혁신하고 혁명적인 해결 방안을 찾는다면 양측 모두가 승자가 될 것이다.

류희경 중천철학재단 사무국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