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 인구가 27만 명이었던 2000년대 초반 시내버스는 196대 운행했다. 그런데 34만3천명을 넘어선 현재 161대 운행된다. 인구는 7만4천여명 증가했는데 시내버스는 35대 감소한 것이다. 대중교통 활성화를 역행하는 처사이다. 시내버스 운수업체가 이익 극대화 내지 손실 감소를 위해 감축 운행하고 있는 것이다.
 

 대중교통인 시내버스는 공공재로 통한다. 그러나 민간업체에서 운영하면서 시내버스 대수가 감소하는 기형적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게다가 이른바 돈 되는 노선에 집중하면서 노선 관련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대다수 노선이 중앙시장을 거쳐 가게끔 형성돼 있는 것이다.
 

 시내버스를 타는 것보다 걸어가는 게 빠르다는 푸념도 들린다. 중복·굴곡노선으로 점철돼 있어서다. 이런 상황이 초래된 건 시민 탓도 크다. 시내버스를 택시처럼 이용하려는 욕심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본인만 편하고자 노선 민원을 제기한 탓에 왜곡된 노선이 형성됐다. 원주시도 한 몫 했다. 원주시의회는 최근 임시회에서 원주시가 상정한 시내버스 재정지원 보조금 20억6천만 원을 전액 삭감했다. 원주시가 시내버스 운수업체에 지급할 보조금을 수년간 연체했다가 이번에 지급하겠다고 한 배경이 석연치 않다는 이유였다. 시의회에서 특위를 구성해 이유를 밝혀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운수업체에 미지급된 보조금은 시민들이 시내버스를 타면서 교통카드로 결재했거나 무료 환승에 따른 것이었다. 교통카드 할인액은 100원, 무료 환승은 시내버스 하차 후 1시간 이내에 가능하다. 2012년부터 최근까지 미지급된 보조금은 36억6천만 원에 달했다. 운수업체에 당연히 지급됐어야 할 돈을 공공기관인 원주시에서 연체한 이유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운수업체의 재정 악화를 부추겼다는 점에서 원주시가 주도권을 빼앗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운수업체도 할 말은 없다. 양대 축이었던 동신운수와 태창운수가 올해 노사 갈등으로 인해 시내버스 운행이 멈추는 초유의 사태를 겪어야 했기 때문이다. 노사 갈등의 원인이 무엇이었든 간에 시민을 볼모로 시내버스 운행을 중단하는 사태를 초래한 건 잘못됐다.
 

 시내버스 이용자는 학생, 노인 등 교통약자이다. 교통약자는 사회적으로 보호망을 갖춰야 한다. 보호망은 운수업체 관리자, 종사자는 물론 원주시, 시민이 만들어가야 한다. 현재 원주시는 시내버스 노선 전면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전면개편은 원주에서 시내버스가 운행된 이래 처음 시도된다. 굴곡·중복노선을 곧게 펴 단순화하는 한편 환승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개편된다. 환승을 기피하는 노인들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한번은 겪어야 할 성장통이다.
 

 이를 통해 시내버스 이용자가 늘어난다면 자가용 이용이 감소하는 선순환을 통해 친환경적인 도시를 만들 수 있다. 관건은 모두의 양보이다. 양보 없이는 부분 개편에 그칠 공산이 크다. 특히 운수업체의 전향적 자세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