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30대에 미국 시카고대학교 경제학과로 유학갔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대학이라 교수님들도 탁월했지만 학생들도 쟁쟁하였습니다. 시장에서 경쟁은 효율을 낳는다는 것을 굳게 믿는 시카고학파의 전통에 따라 학과 운영에서도 경쟁을 통한 효율 달성을 도모하고 있었습니다.

 중요한 자격시험에서 합격률을 40% 이하로 유지하고 있었으니 학생들은 피를 말리는 경쟁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시 경제학과 박사과정에는 1학년에서 10여학년까지 약 250명의 학생이 재학하고 있었는데 국적을 따져보니 50여개국이 되었습니다. 그중 유독 자격시험 합격률이 월등하게 좋은 나라가 있었습니다. 자랑스럽게도 대한민국이었습니다.
 

 교수님들도 학생들도 한국학생을 경탄의 눈으로 쳐다보았습니다. 저와 동급생이었던 하버드대학교 출신 학생도 낙방을 거듭하다 결국 떠나갔지만 한국 학생들은 교수님들이 가르쳐 주시는 것을 훌륭히 소화하여 시험을 잘 치고 합격하는 데는 귀신같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눈은 점차 의혹과 실망으로 변해갔습니다. 경기 초반 쌩쌩 달리던 한국학생들이 경기 중반에 이르러 하나 같이 처지기 시작했습니다.

 학술 논문을 쓴다는 것은 학문이라는 큰 나무에 아주 미세한 나뭇가지 하나를 접붙이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국 학생들은 기존의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드는 데는 뛰어났지만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데서는 한결같이 고전하였습니다. 몇 번이나 시험에 낙방하였지만 우수한 논문을 쓰고 앞질러 MIT교수로 임용되어 떠나는 미국 여학생을, 일찌감치 시험에 합격하였던 한국학생들은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왜 이러한 일이 일어났을까요? 저는 주입식 교육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가 한국전쟁 잿더미에서 일어나 고속성장을 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우수한 인적자원이었음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 당시 주입식 교육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빨리빨리 기존의 지식을 흡수할 수 있도록 하였다는 점에서 탁월한 공헌을 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창의력 중심의 교육으로 대전환을 하지 않으면 안될 때가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지금은 4차산업혁명시대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인공지능과 빅 데이터 기술의 발달을 바탕으로 컴퓨터 연결망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할 뿐만 아니라 사물과 사물을 연결하는 수준으로 확장될 것입니다. 바야흐로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경이로운 기술진보의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선진국을 벤치마킹하며 잘 달려왔습니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벤치마킹할 대상이 없습니다. 지금까지는 남들이 만들어 놓은 길을 달려 왔지만 앞으로는 우리가 스스로 길을 내며 달려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 모두가 창의성을 개발하는데 힘을 쏟아야 할 것입니다.
 

 저는 일찌감치 수업 방식을 토론 형식으로 바꾸어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교과서 내용을 주입하기보다는 학생들의 창의적인 생각을 자극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물고기를 잡아 주기보다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치고 싶습니다. 암기하여 답을 쓰는 시험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펴기만 하면 찾을 수 있는 답, 검색만 하면 알 수 있는 것들을 억지로 머리에 쑤셔 넣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그래서 저는 시험을 오픈북 시험으로 보고 있습니다.

 책과 노트, 각종 자료를 시험장에서 펼쳐 보는 것은 물론 스마트 폰 검색까지 허용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멋모르고 오픈북 시험을 좋아하던 학생들이 지금은 모두들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계속하여 오픈북 시험을 고집할 것입니다.
 

 한라대학교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신임 총장님의 진두지휘 하에 단순한 지식 습득을 위한 수업을 지양하고 학생들이 스스로 창의력을 발휘하여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Project Based Learning' 수업과 학생들의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함양하는 'Problem Baded Learning' 수업을 대폭 확대해 나가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원주시민 여러분은 4차산업혁명시대에 어떻게 대처해 나가실 것입니까?

유오종 한라대경영학과 교수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