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1일 김종희 원장이 소초면 이정순 할머니 댁을 방문해 진료하는 모습.

요즘 젊은 세대들은 생소하겠지만 60년대 까지만 해도 흰 가운을 입은 의사가 간호사와 함께 왕진가방을 들고 동네를 누비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그러나 점차 자가용이 보편화 되고, 단순한 진찰로는 병세를 진단하기 어려워지면서 왕진은 자연스레 사라지게 됐다.

추억 속 장면으로 회상되던 왕진이 최근 농촌지역 의료취약계층을 위한 지원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원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사장: 박준영)에서 실시하는 농촌지역 의료사각지대 건강지원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원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은 지난 2015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농촌지역 의료사각지대 건강지원사업'을 위탁 받았다. 농촌지역 의료취약계층을 위한 사업으로 주기적인 의료서비스가 필요하지만 의료접근성이 낮은 농촌의 사정을 고려해 직접 찾아가는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병원을 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방문의료 서비스가 필요하지만 비용적 부담이 크다. 병원을 비우고 방문 진료를 가야하는 일반 병원도 마찬가지이다. 이 사업은 이러한 지역 간 의료서비스 격차를 줄이고자 추진하게 됐다.

읍·면지역을 중심으로 보건소나 복지시설에서 대상자를 추천받거나 자체적으로 모집해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왕진'을 시작했다. 하지만 좋은 의도와는 달리 사업이 자리 잡기까지 어려움이 따랐다. 초기에는 낯선 이들의 갑작스런 의료서비스 제안에 장사꾼으로 의심하거나 달갑지 않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민들과 꾸준한 관계형성을 통해 현재는 호저·흥업·판부·소초면을 중심으로 50여명이 정기적인 의료서비스를 받고 있다. 농촌건강지원사업은 정기적인 기본 건강검진을 실시하며, 간단한 처방전을 발급하기도 한다. 질병이 발견되면 의료기관으로 연계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한다. 그 밖에 건강실천단 소모임과 같은 건강증진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매주 목요일 방문진료를 실시하고 있는 농촌건강지원사업단 김종희 원장은 지난 21일, 소초면 이정순 할머니 댁을 찾았다. 올해 104세인 이 할머니는 두 아들과 초등학생 손자를 부양하고 있다. 며칠 전부터 설사를 하신다는 요양보호사 연락을 받은 김 원장은 할머니 댁을 방문, 약을 전달한 뒤, 혈압이나 당뇨 등 기본적인 건강검진을 실시했다.

김 원장은 "할머니가 대체적으로 건강하신 편이지만 이상이 있을 경우 재가 요양보호사가 상태를 알려 건강을 체크하고 있다"며 "이처럼 정기적인 건강체크가 필요하지만 병원에 가기 어려운 분들에게는 방문의료서비스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읍·면지역으로 직접 찾아가야 하기 때문에 하루 3~4곳을 방문하는데 그치지만 대상자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다. 의료서비스 외에도 독거 대상자를 방문해 이야기를 나누는 등 심리서비스도 함께 진행되기 때문이다. 농촌건강지원사업 시행으로 의료사각지대 대상자들의 의료서비스 격차를 줄이는데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준영 이사장은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로 노인 및 만성질환자를 위한 꾸준한 관리가 제기되면서 농촌건강지원사업이 크게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도 의료협동조합은 지역사회에서 필요한 역할을 맡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